한국투신증권과 대한투신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동원금융지주와 영국계 PCA가 선정됨에 따라 증권ㆍ투신업계는 앞으로 닥쳐올 판도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한국투신증권과 대한투신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투신업 구조조정이 사실상 완료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또 현대투신증권이 푸르덴셜에 매각된 데 이어 대한투신증권마저 PCA에 최종 매각될 경우 명실공히 외국계 자본이 국내 간접투자시장을 주도해가는 시대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직접금융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입김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며 “새롭게 등장한 강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중소형 투신사 및 증권사들의 생존경쟁도 한층 가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신 구조조정 사실상 완결=한투와 대투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부실규모를 키운 뒤 지난 99년 8월 대우그룹 채권 편입펀드의 환매제한조치로 인해 회생불능의 부실 금융기관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2000년 투신 부실해소와 기관투자가로서의 기능회복을 위해 대투증권에 2조8,000억원, 한투증권에 4조9,000억원 등 7조7,000억원의 자금을 쏟아 부은 뒤 매각작업을 추진해왔다. 정부는 2000년 6월 AIG컨소시엄과 현투증권 매각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으나 결국 성사시키지 못한 채 3년여를 끌다 올 2월 푸르덴셜에 현투증권의 지분 80%를 넘기고 매각을 매듭지었으며 지난해 말 한투ㆍ대투의 조기매각 의지를 밝힌 지 6개월여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매각 예정가격 최대 4,900억원=한투와 대투의 매각 예상가격은 각각 4,000억~4,900억원선이다. 정부가 부실발생 가능성이 있는 일부 자산에 대해 사후보전을 약속할 예정이어서 정확한 매각가격을 산정하기는 어려운 상태.
금액 면에서는 2월 푸르덴셜의 매각가격이 3,555억원(지분80%)에 달한 점을 감안할 때 다소 높은 수준이다. 한때 인수희망자가 10여곳에 달하면서 예상가격이 6,000억~7,000억원대로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막판에 강력한 경쟁자였던 국민은행이 떨어져 나가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투ㆍ대투 관계자들은 매각가격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정도로 낮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투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등 비상장자산 등에 대해 이견이 있기 때문에 회사가치 평가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도 “영업능력이나 자산가치가 본계약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국계 주도 시장 될 듯=자산운용업계는 외국계 자본과 국내 토종간의 각축장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자산운용시장에서 외국자본의 참여비중은 6월 말 현재 39.52%. PCA가 대투를 인수할 경우 이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서게 된다. 자본과 고도의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계의 시장 장악력은 한층 강화되고 국내사들은 힘겨운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노희진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에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감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홍 랜드마크투신 사장은 “한투ㆍ대투 매각이 당장 자산운용산업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환부(患部)’를 도려냄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제고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