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통업체들이 사활을 건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전쟁에 돌입했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 추수감사절인 11월 마지막 목요일 다음 날로, 연말 쇼핑시즌 개막을 의미한다.
유통업체들로서는 연중 최대의 대목이지만, 올해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재정절벽(정부 재정 지출의 갑작스런 중단이나 급감으로 인한 경제 충격) 등으로 인해 미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소비자들이 기대만큼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미소매업협회(NRF)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주말에 쇼핑을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는 1억4,70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조사 때 1억5,200만명보다 다소 줄었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쇼핑객들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판매, 오프라인 매장 조기개장, VIP서비스 확대 등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유통업체들은 블랙 프라이데이 주말에만 524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가열되는 온라인 경쟁= 미 소매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 가운데 온라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06년 23%에 비해 거의 배 가까이 늘어난 것. 과거처럼 쇼핑몰 앞에 장사진을 치는 소비자들의 모습은 점점 찾아보기 어려워지는 대신 집에서 편하게 몇 번의'클릭'으로 쇼핑을 마치는 게 대세가 되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이런 소비패턴의 변화를 수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자사의 모바일 앱을 처음으로 다운로드 받거나 자사의 페이스북에 이메일을 보내는 소비자 등 한정된 온라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특별할인 아이템을 제공한다. 가전 양판점인 베스트 바이는 경쟁사의 온라인 쇼핑몰로 빠져나가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온라인 할인 행사를 한다. 또 제품을 다량 구입하는 고객들을 위해 19일(현지시간)부터 할인 가격에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얼리 버드(early-bird)'프로그램을 마련했다.
◇VIP로 모셔라= 주차할 곳을 찾는 번거로움도 없고, 장시간 줄을 서지 않아도 되도록 함으로써 온라인으로 빠져 나가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393개의 프리미엄 아울렛, 쇼핑몰 등 상업용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사이먼 프라퍼티 그룹은 각 쇼핑센터 직원들이 고객들의 쇼핑백을 차에까지 들어다 주는 서비스를 블랙 프라이데이부터 연말까지 실시한다.
최소한의 요금만 받고 주차대행을 하는 쇼핑몰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8개 몰을 운영하는 포레스트 시티 그룹은 아예 VIP주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이밖에 VIP라운지를 운영해 쇼핑에 지친 고객들에게 차나 음료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하거나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소비자들에게 물과, 음료, 에너지 바 등이 들어있는 '서바이벌 키트'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들도 선보이고 있다.
이런 VIP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들은 즐거운 마음에 소비규모를 늘리는 부수적인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키트 예로우 골든 게이트 대학 심리학교수는 "고객들이 자신들이 VIP로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경우, 소비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서비스 경쟁은 유통업체들로서는 비용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효과를 얼마나 누릴 수 있을 지 회의적이라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블랙 서스데이로 바뀐다= 개점시간 앞당기기는 올해도 계속된다. 금요일 아침에서 0시로 다시 목요일 저녁으로 개점시간이 빨라지고 있는 것. 장난감 매장인 토이저러스는 추수감사절 당일인 저녁 8시에, 할인점인 타겟은 저녁 9시에 개장한다. 지난해보다 각각 한시간, 세시간을 앞당긴 것이다. 타겟은 목요일 저녁에 이어, 금요일 당일에도 고객들을 더 유치하기 위해 금요일 새벽 4시부터 12시 사이에 50달러 이상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10달러상품권을 증정키로 했다. 월마트도 목요일 저녁 8시에 개점한다. 백화점 메이시스는 금요일 0시에 문을 연다.
유통업체들의 조기개장 경쟁으로 인해 직원들은 휴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게 되면서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2명의 타겟 직원이 추수감사절 저녁을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온라인 청원을 제출하자, 여기에 2만여명의 유통업체 직원들이 동조한 것이 대표적 예이다. CNN에 따르면 월마트에서도 100여명의 직원들이 추수감사절 근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