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가계부채의 위험으로부터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조차 "선진국이 배워야 할 제도"라며 극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집값 오르던 시절에 만든 철 지난 규제"라는 주장 속에 완화 논란이 불거진다. 특히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여름철에 겨울옷을 입은 꼴"이라고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그동안 LTV·DTI 완화를 둘러싼 논란은 수차례 제기됐지만 경제팀을 이끌 수장이 직격탄을 날리면서 과거보다 완화에 무게감이 실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부동산대출 규제완화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전문가들은 금융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동산대출 규제완화, 약인가 독인가=부동산대출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자금여력이 늘어나는 만큼 주택구입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적어도 가라앉은 투자심리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제1금융권인 은행권 기준 LTV는 수도권 50%, 지방 60%가 적용되며 DTI는 서울 50%, 경기·인천 60%가 적용(지방 없음)된다.
은행에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 받은 자금이 모자랄 경우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이나 보험사·카드사 등에서 추가로 대출을 받아 사용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축은행이나 보험·카드사 등은 은행권보다 대출금리가 높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권 LTV·DTI 완화는 고금리대출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여신 건전성을 상대적으로 잘 관리하는 은행권보다 2금융권의 부실 역시 감소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계비 등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자금이 더 많다는 사실은 주택대출 규제완화가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상존한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것이 내수경기 부양에 효과적이지만 대출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지면서 다시 내수부진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돈을 빌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소득이 줄고 생활비와 교육비 등이 많이 들기 때문에 집을 사지 않고 소비도 늘리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DTI는 미세조정, LTV는 합리적 완화에 방점을=전문가들은 LTV·DTI를 같은 기준에서 보지 말고 구분해서 완화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완화시 가계부실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DTI는 미세조정하되 LTV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대출 목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강석훈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건전한 대출에 대해서는 한도를 늘리고 그렇지 않은 대출은 조이면 된다"며 "획일적인 규제를 연령과 지역별로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TV의 합리적 완화 방안으로 은행 대출자에 한정해 수도권 LTV를 10%가량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송인호 KDI 연구위원은 "은행권에 한정해 LTV를 올려주면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고금리대출로 넘어가는 수요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생계비로 쓰는 현실을 고려해 대출용도가 신규주택 구입인 경우에만 LTV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출용도를 거짓으로 속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소유권 이전등기 시점을 기준으로 자금조달 목적을 입증할 수 있다.
한편 LTV·DTI 규제완화에 앞서 단기대출 중심인 현행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장기분할상환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2012년부터 은행권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비거치식(원금상환 유예기간 없이 갚는 것) 대출에 DTI 대출 상한은 각각 5%씩 올려준 정책이 대표적이다. 2012년 9월부터 약 1년간 1조6,000억원어치의 대출이 혜택을 받았다. 김영일 연구위원은 "현재 LTV·DTI 규제완화를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며 "다만 대출규제 완화에 앞서 장기분할상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가계부채 위험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