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사업가, 실력만큼 평판도 쌓아라

'미다스의 손' 본엔젤스 강석흔 이사가 보는 벤처 성공의 길은
지금까지 투자한 10곳중 8곳은 지인 소개^벤처 모임 등서 인연
벤처 꿈꾸는 대학생은 협업 중요 다른 전공자와 친해져야 성공 가능


"지난 5년간 투자를 요청하는 e메일만 2,000통을 넘게 받았어요. 보내는 연령층도 중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하고 다들 그럴싸한 사업전략보고서를 첨부해 보냅니다. 한데 메일로 투자를 요청한 업체 중 실제 우리가 손을 내민 곳은 단 두 업체에 불과합니다. 0.1%의 확률이지요."

최근 벤처 투자 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떠오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의 강석흔(38ㆍ사진) 이사는 벤처 사업가들에게 평판을 쌓을 것을 강조했다. 조금은 부풀려지기 마련인 사업보고서와 회사소개서만으로는 투자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강 이사 또한 지금의 성공이 자신이 쌓아온 평판 덕분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KAIST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전자공학을 부전공했으며 25세에는 인터넷 벤처기업 우주커넥션스를 창업하는 등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지난 2008년에는 네오위즈 창업자인 장병규 대표와의 인연으로 본엔젤스에 합류, 송인애 이사와 함께 삼각체제를 이뤄 벤처업계의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KAIST 출신이라는 강 이사의 배경과 벤처 사업을 꾸려봤다는 경험이 좋은 신규 벤처업체와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강 이사는 "제아무리 실력 있는 사람이라도 주위 인맥 등을 통해 업계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투자 받기가 쉽지 않다"며 "벤처 관련 행사나 모임 등에 꾸준히 얼굴을 내미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본엔젤스가 지금까지 투자한 10개 업체 중 8곳이 지인의 소개나 벤처 모임 등에서 만나 인연을 키운 곳이다. 그는 "지인이 소개해준 업체도 꾸준한 평판 검증과 그 회사의 사내회의에 참석하는 방식으로 분위기 등을 두루 파악해 투자를 결정합니다. 저를 비롯해 장 대표, 송 이사 모두가 찬성해야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깐깐한 검증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러한 깐깐한 검증과정은 본엔젤스에 '대박'을 안겨줬다. 본엔젤스가 3억원을 투자한 엔써즈는 KT에 인수되며 10배 이상의 수익을 냈으며 모바일 메신저 '틱톡'의 개발사로 알려진 매드스마트는 SK플래닛 품에 안기며 15배의 이익(약 52억원)을 가져다줬다.

통상 평판을 쌓는 데는 명문대를 나와야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강 이사는 학벌의 중요성은 인정했지만 그것이 절대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물론 좋은 학교를 나오면 투자를 이끌어내기 쉽습니다. 학벌이 좋으면 상대적으로 뛰어난 인재가 주위에 같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이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지방대 출신입니다. 이들은 길거리에 버려진 전단지를 일일이 분석하고 이를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보인 끈기와 창의성이 돋보여 투자를 한 바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학벌을 뛰어넘는 열정과 사업전략입니다." 그는 기업대상(B2B) 사업보다 일반 고객대상(B2C) 사업이 학벌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조금 더 공정한 기회가 열려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벤처를 꿈꾸는 이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누구와 협업을 하느냐가 성공을 좌우할 열쇠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라고 주문했다. "대학생이라면 타 전공 학생들과 친해지는 게 중요합니다. 공대생들끼리만 사업을 벌이면 마케팅이나 재무 쪽에 취약할 수 있으며 경영대생끼리 사업을 벌이면 소프트웨어 개발과 같은 분야에서 약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다시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전산학과 학생들과 친해지려 노력했을 것 같아요."

그는 대학생들이 모범으로 삼을 만한 벤처인이 빨리 나타나야 이러한 생태계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넥슨의 김정주, 네이버의 이해진,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등은 성공한 벤처인이지만 지금 대학생들에게는 삼촌뻘이에요. 제 또래의 누군가가 벤처로 성공한다면 20대 특유의 호기심이 작용해 더욱 많은 인재들이 벤처업계에 뛰어들 것이라 봅니다. 20대를 자극할 그 또래의 인재가 언젠가는 나타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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