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대선 승리 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소속 박근혜 의원을 참여정부의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기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시민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백무현 화백은 9일 문 후보의 구술을 토대로 발간한 `만화 문재인-운명을 바꾼 남자'에서 이 같은 비화를 소개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초기부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했으며 인수위원회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만화에는 노 전 대통령이 인수위에서 문 후보에게 "박근혜 의원을 통일부 장관에 기용하면 어떻겠나"라고 의견을 묻는 장면이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박 후보가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홀로 방북한 것 보니 소신도 있고 신선하기도 합디다. 그 정도면 대단히 전향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 않나"라고 평가했다.
지금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된 박 의원은 2001년 `이회창 대세론'에 반발해 당 개혁을 요구하며 탈당해 `미래연합'을 창당했고, 이듬해 방북해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 다시 입당했다.
문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너무 파격이라 지지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염려된다" 며 "큰 구상에는 동의하지만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기에 두루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결국 참여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은 정세현 장관이 유임됐으며 박 후보가 물망에 올랐다는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채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