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파생상품 시장 규제안 합의

전세계적으로 633조달러(약 71경원) 규모에 이르는 파생상품 시장 규제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여온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극적인 합의를 도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 금융기관의 해외 법인 등에 미국과 똑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EU·일본 등과 마찰을 빚어왔다.

개리 겐슬러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과 미셸 바니어 EU 금융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합동성명에서 "CFTC와 EU집행위원회는 서로의 사법권과 규제권을 존중해 미국과 EU의 규제당국이 경우에 따라 상대방의 법령에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및 사법절차를 맡길 수 있다는 점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CFTC는 미국 금융기관의 해외법인과 미국 회사와 거래하는 외국계 금융사에 적용되는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선언해 EU와 일본 재무장관들의 우려를 샀다.

합의안에 따르면 CFTC는 특정 스왑거래에 대해 미국과 EU의 규제수준이 비슷하다고 판단될 경우 '비조치완화(no action relief)'를 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금융기관은 미국과 EU 규제 중 한 가지를 택해 적용받게 된다. FT는 EU가 미국의 금융규제 수준을 맞추기 위해 입법에 속도를 내는 대신 CFTC는 '법령적용 사전확인절차(no-action letter)'를 통해 규제적용을 늦추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전확인절차는 규제여부가 모호한 거래에 대해 정부기관에 사전문의한 경우에 한해 규제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국경을 넘나드는 스왑거래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규제 도출작업은 한 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EU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EU집행위와 CFTC는 국제적인 규제원칙 마련을 위해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G20 등 국제사회는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역외 파생상품 거래를 지목하며 이에 대한 국제적 규제원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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