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입학사정관제는 깨지기 쉬운(fragile) 제도다. 다른 대학을 따라 조급하게 시행하기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전에 예상되는 문제점을 파악해 안정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지난해 입시에서 처음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한 서울대의 김영정(사진) 입학관리본부장은 올해 고려대, 성균관대, 건국대 등 10여개의 다른 대학들이 잇따라 이 제도를 도입한 것과 관련해 12일 이같이 밝혔다. 김 본부장은 “입학사정관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탈락한 수험생이나 학부모가 취지에 수긍하지 못한다면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편입학 비리와 같은 입시 부정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소수의 입학사정관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지 않도록 투명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라고 그는 설명했다. 서울대는 이와 관련, 3단계 평가방식을 채택해 개별 입학사정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있다. 1단계로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위원들이 심사를 하며, 이 때 학생의 고등학교나 거주 지역 등을 찾아가기도 한다. 2단계는 서울대 교수로 구성된 일부 전형위원들이 검토하고 마지막 3단계에서 전형위원 전체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외부 청탁 등을 차단하기 위해 사정관들의 신분은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서울대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녔으면서 남을 배려할 줄 알고 팀 워크가 가능한 리더십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 “사정관이 학생들의 잠재력 등을 중시한다 해도 계량화된 점수지표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기본적인 성적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정원외 농어촌특별전형(95명)과 특수교육대상자전형(20명)에 사정관제를 실시했으며 올해는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과 외국인학생특별전형에도 확대 적용한다. 사정관제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자리잡기 전까지는 정원외 전형에서만 실시할 예정이다. 정원내로 확대되어야 사정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겠지만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는 벌써부터 보다 정교한 입학사정관제 평가방식을 만들기 위해 여념이 없다. 조만간 미국 동부지역의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고위급 사정관을 초빙해 컨설팅도 받을 예정이다. 입학사정관제를 하면서 부딪히는 또 하나의 벽은 바로 ‘돈’이다. 석ㆍ박사급 전문위원을 채용하다보니 인건비부터 만만치 않다고. 김 본부장은 “지금은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지만 제도가 안정화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일회성이 아닌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입학사정관제= 대학의 입학사정관이 수험생의 성적은 물론 개인환경, 소질, 창의력, 잠재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 사실상 대입 자율화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대학에서 주로 시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