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4월 16일] 가격으로 승부하는 주유소 늘어야

올 들어 휘발유 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서울지역 평균 주유소 보통 휘발유 가격은 올해 1월1일 리터당 1,372.95원으로 시작해 지난 14일 현재 1,612.24원까지 올랐다. 급기야 여의도에서는 휘발유를 리터당 1,900원 가까이 팔고 있는 주유소까지 등장했다. 그렇지만 강남구에서도 휘발유 리터당 1,523원에 기름을 넣을 수 있는 주유소가 있다. 이곳은 모 정유사가 세차ㆍ사은품 등 기름값에 끼어 있는 모든 거품을 빼고 가격으로만 승부한다는 원칙으로 직영하는 곳. 거품을 뺄 경우 강남 평균보다 휘발유를 리터당 무려 150원이나 싸게 넣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 달에 30만원 정도를 주유하는 소비자의 경우 약 2만7,000원을 아낄 수 있다. 이 정유사가 올 초 서울 강남에 오픈한 셀프 방식의 주유소도 휘발유 리터당 1,622원으로 인근 주유소보다 싸게 기름을 팔고 있다. 이 주유소 역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하루 판매량이 오픈 당시보다 3배까지 늘어났다. “강남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손수 기름 넣는 것을 좋아하겠느냐”는 일부의 의구심을 날려버리고 강남에서도 값싼 기름이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거품을 빼고 가격으로 승부하는 주유소 또는 체인사업자가 늘어나는 것만이 기름값을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지난해부터 정부가 기름값을 내리기 위해 폴사인제도 폐지, 서로 다른 정유사 제품 혼합 판매 허용 등 온갖 아이디어를 냈지만 이 덕에 기름값이 내렸다는 얘기는 한 마디도 들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일선 주유소들은 지역 상권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가격뿐만이 아니라 세차ㆍ사은품ㆍ도우미 등 비가격적 요소도 주요한 경쟁 항목이다. 때문에 기름값에 거품이 낀다. 공짜로 무심코 받는 휴지ㆍ캔커피ㆍ생수는 물론이고 도우미들의 상냥한 미소도 다 기름값에 포함돼 있다. 세차기가 설치된 주유소 역시 세차기 없는 주유소에 비해 기름값이 비싸기 때문에 소비자는 세차를 하든 안 하든 비싼 기름을 넣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주유소 전체 숫자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셀프 주유소의 개수는 꾸준히 늘어나 전체 주유소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어차피 국내 정유 4사의 독과점 공급체계는 단기간에 깨지기 어렵다. 아무리 비싸다고 호소한들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내려줄 리 만무하다는 뜻이다. 값싼 기름을 찾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석유제품 유통 채널이 시급히 늘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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