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0ㆍ80년대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에 의해 우리 국민들은 `일 중심 사회`에서 살아왔다. 식솔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이기에 뼈 빠지게 일하며 아이들 공부시키고, 먹고 살기 위해 일밖에는 몰랐다. 일요일은 열심히 일을 하기 위해 쉬는 날로 알 정도였다.
봄에는 아이들 손잡고 창경궁 벚꽃놀이와 동물구경, 여름에는 물놀이, 서리 내리면 큰 맘 먹고 설악산이나 내장산으로 단풍놀이 가던 것이 우리네 모습이었다. 하루 자고 오는 것은 꿈꾸기조차 어렵던 시절이기에 콘도는 외국 영화에나 나오는 환상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노동조건의 향상으로 여가시간이 크게 증가하면서 휴일을 어떻게 보낼지가 고민거리로 돼버렸다. 제대로 된 놀이문화, 여가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가족과 함께 제대로 된 여가를 접해보기도 전에 경마와 같은 사행산업에 쉽게 빠져들었다. 이것이 바로 도박산업이 번창하게 된 근본원인이다.
지난해 경마ㆍ경륜ㆍ경정 등 사행성 도박산업을 찾은 국민이 2,300만명으로 국립공원에 입장한 수와 맞먹는 수치라고 한다. 사행산업 매출액도 14조원에 달하고 전체 레저시장의 67%나 차지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경륜장을 찾는 사람은 5.9%에 불과했다. 건전한 레저생활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사행산업으로 조성된 기금이 공공사업에 사용되는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경륜장 고객 가운데 월 150만원 이하 소득자가 56%이고 35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13.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기금이 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즉 없는 사람들의 돈을 거둬 공공사업에 사용하는 소득의 역진성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경마ㆍ경륜ㆍ경정에 이어 이젠 소싸움 도박인 `우권장`, 개경주인 `경견`까지 생겨난다고 한다. 로또열풍에서 보듯 정부가 국민들을 한탕주의로 몰아가고 있다.
국민들을 건전레저로 유도하기는커녕 세수확보에 눈이 멀어 지방자치단체까지 앞 다퉈 도박산업을 유치하려는 현실에 대해 정부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부가 계속 사행산업의 급팽창을 방치ㆍ조장한다면 도박중독자 양산이나 가정파탄 같은 사회적 비용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뿐이다.
국민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문석호(민주당 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