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마무리된 열린우리당 지도부 경선결과가 여러모로 지난 4ㆍ15총선과 흡사하다는 분석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쪽이 과반수를 간신히 넘은 것이나 계파(지역)별 몰표현상, 당권파(집권당) 분열 예고 등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우선 당권파인 천정배 의원측이 얻은 득표수는 78표로 전체 당선자(152명)의 과반수에 비해 간신히 2표를 웃돌고 있을 뿐이다. 우리당이 총선에서 아슬아슬하게 2명을 웃돌며 과반의석을 차지한 것과 공교롭게도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이는 상대후보인 이해찬 의원측에서 강조한 당권파 견제심리가 총선때의 거대여당 견제론과 마찬가지로 표심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다 경선을 앞두고 각 계파들이 앞다퉈 회동을 갖고 표를 집결하는 등 계파간 기세싸움으로 비친 것도 영호남으로 대변되는 지역주의 부활과 다를 게 없다는 우려섞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경선과정에서 당권파는 똘똘 뭉쳐 천 의원을 밀어준 데 반해 재야 및 전대협 출신의원들은 이 의원에게 힘을 모아주는데 주력했다.
특히 경선과정에서 힘을 결집했던 천정배 원내대표와 정동영 의장, 신기남 상임중앙위원 등 이른바 ‘천정배 트리오’가 당내 권력을 장악한 이후 각자의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흥미롭다. 총선 이후 집권당인 우리당의 분열을 점치는 관측이 많았던 점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경선과정을 통해 계파간 팽팽한 세력 균형이 새삼 입증된 것”이라며 “새 지도부는 야당을 끌어 안듯이 당내에서도 상생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