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화학은 이날 오는 2003년까지 700여억원을 투자해 초우량 첨단정밀화학 업체로 변신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발전계획안을 발표했다.한솔화학은 계획안에서 캐리어테이프 및 승화형필름 등 정보소재부문 기술개발에 120억원, 국내최초로 개발한 할스계 자외선차단제 등 첨단첨가제 및 반도체 관련 약품개발에 33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치매치료제 등 의약중간제 개발에 150억원, 관련제품 다각화 및 설비증설에 160억원을 각각 투입키로 했다.
이 회사는 벤처투자조합에 대한 투자나 연구개발 아웃소싱, 합작회사 설립 등을 통해 신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며 이미 선진업체와의 기술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솔화학은 계획안대로 될 경우 2003년 수출비중은 30%로 올라가고 부채비율 75%, 경상이익률 16%의 우량기업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도 현재 1,430억원에서 2,400억원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유상증자 신주배정일을 일주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이루어졌다. 말하자면 주식투자자들을 겨냥한 의도적인 언론 플레이라는 지적이다. 한솔화학의 이같은 행보는 자칫 일반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솔화학은 지난달 16일 보통주 426만주 유상증자를 결의, 신주배정일을 10일로 정했다.
한 증권분석가는 『비전은 보통 경영위험은 고려하지 않고 모든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전제하에 만들어지는 장미빛 청사진』이라며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지 철저한 분석을 통해 투자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지난 96~97년중 2000년대를 대비한다며 수많은 장기비전과 발전계획안을 쏟아냈었다. 하지만 그대로 실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기업은 흔치 않다. 계획 자체를 포기하거나 대폭 축소 수정한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한솔화학의 이번 발표는 이례적으로 계열사들의 활동을 통괄하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와 사전협의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솔그룹은 2000년을 대비한 새비전수립 작업을 하고 있다. 타계열사는 비전발표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한솔화학이 돌출행동에 나선셈이다.
그룹관계자도 『한솔화학의 비전수립과 발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그룹차원의 비전발표가 있고 난 후 계열사들이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원래 절차』라고 시인했다. /박형준 기자 HJ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