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로우하니(64)가 15일(현지시간)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자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서방은 발 빠르게 협력할 용의를 표시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나왔지만, 아랍권은 기대반 우려반의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미국은 이날 로우하니가 당선됐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에 이란의 새 정부와 최대 현안인 핵개발 문제를 놓고 기꺼이 직접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천명했다.
백악관은 이런 접근이 "이란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완전히 없애는 외교적 해결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 대선 이전에 검열과 투명성 부족 문제가 나왔다면서도, 미국은 이란인들이 목소리를 낸 이번 대선의 결과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도 로우하니와 이란의 핵개발에서 시리아 사태까지 포괄적인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란에 관한, 특히 핵개발과 시리아 사태 개입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치는 상당하다"며 "우린 이들 문제에서 새 대통령과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파비우스 외무장관은 또 이란 대선 결과가 "민주화에 대한 이란 국민의 확고한 열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로우하니 당선자에게 이란을 "다른 길"로 이끌어줄 것을 촉구했다.
대변인은 "우린 그에게 이번 기회를 활용해 앞으로 이란을 다른 길로 인도해 이란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국제사회와 건설적인 관계로 나가며 이란 국민을 위해 정치와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엠마 보니노 외교장관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이란과 "새로운 이해와 건설적 대화의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랍권은 로우하니가 이란과 주변국 간 적대감을 조절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이로의 아랍연맹(AL)에 주재하는 한 아랍국 대사는 "새로운 이란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 가능성을 믿었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로우하니에 관해 아는 것 전부가 희망의 근거일지도 모른다"고 그의 당선을 반겼다. 다만 그는 선거 운동 때와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의 언동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명 정치분석가 자말 카쇼기는 "사우디 지도부 입장에서 이번 이란 대선 결과가 최상의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동맹인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맞서는 시리아의 반군은 로우하니가 등장해도 별다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리아 데라에서 반군으로 활동하는 오마르 알 하리리는 "이란 대선은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시리아 라카를 거점으로 하는 수니파 반군 아흐라르 알 샴의 무함메드 알 후세이니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거론하며 "요즘 이란 대통령에 주어진 권한은 약하고 허구적"이라고 강조했다.
바레인의 사미라 라자브 정보장관은 "로우하니가 한 팀의 일원이라고 본다. 그 팀에 속한 사람은 어떤 누구라도 동일한 정책을 고수할 것이다. 우리는 바레인에서 시위가 발생한 이래 이란을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바레인 당국은 2011년부터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 주민을 이란이 선동해 반정부 시위를 벌이도록 조종한다고 비난해 왔다.
이집트 여당인 자유정의당의 무라드 알리 대변인은 "(로우하니) 당선자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지켜보고 싶다"며 이란의 변화를 원하는 속내를 내비쳤다.
알리 대변인은 "이란의 정책, 특히 시리아 사태에 관한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며 "대체로 이란과 협력할 용의가 있으나, 이란이 시리아에 개입하는 데는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