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 해외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졌지만 국내 증시는 대체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2ㆍ4분기 어닝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실적이 좋을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증시 수급여건도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기불안이 진정될 경우 짧은 조정을 거쳐 증시가 이른 시일 내에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증시, 글로벌 증시 대비 선전=30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9.47포인트(0.55%) 하락한 1,698.29포인트로 마감됐다. 장 초반 1,675선까지 밀렸지만 연기금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낙폭을 많이 줄였다.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2.44포인트(0.50%) 오른 489.98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전날 미국 다우지수가 2.65% 급락한 9,870.30포인트로 마감하고 나스닥지수도 3.85%나 내린 것보다는 상당히 선전한 셈이다. 미국 뉴욕증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대출연장 불가 결정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미국의 소비심리지수 악화라는 삼재가 겹치면서 투매 장세가 연출됐다. 이날 일본과 중국 증시도 각각 1.96%, 1.18%나 떨어졌다. 전날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국내 증시가 미리 조정을 받은 점도 이날 조정폭을 줄이는 데 한몫했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오후 중국의 경기선행지수 하향조정 소식이 악재로 작용, 1.40% 떨어졌는데 이 재료는 국내 장 마감 이후 유럽과 미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유럽 은행의 부실 우려에 미국 경제지표 악화로 비관론이 강해질 것은 이미 예상된 사안"이라며 "국내 증시는 여전히 박스권에 머물러 있지만 3ㆍ4분기 중반에는 상향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개선으로 해외 악재 진정시 상승반전 가능=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조정도 단기간에 그치고 머지않아 상승반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강해지고 있다. 상장사들의 실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고 밸류에이션의 저평가 인식도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500대 상장사의 2ㆍ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4조3,200억원으로 전월 전망치보다 15.5%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3ㆍ4분기에는 24조9,800억원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이날 발표된 지난 5월 산업활동 동향에서 제조업 평균가동률(공장가동률)은 82.8%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해 1995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였다. 경기동행지수도 101.4포인트로 15개월 동안 상승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실적 대비 주가는 낮은 상황이다. 대우증권은 MSCI 한국지수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8.9배에 불과해 MSCI 세계지수(11.9배)에 비해서도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대두될 수 있지만 경기하강 국면에서도 주가의 조정폭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실적 발표가 본격화될 7월 중순 이후에는 주가가 상승세로 반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급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외국인이 매도세로 전환하면서 우려를 부르기는 하지만 기금이 연일 1,000억원대 순매수를 보이는 등 기관이 수급을 받쳐주고 있다. 30일 외국인이 3,268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금의 1,083억원을 포함해 기관이 996억원, 개인은 2,588억원의 매수우위를 각각 기록하면서 코스피지수를 떠받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