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원 특사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 관계에 봄 기운이 완연하다. 남북 공동 보도문에는 이산가족 교환 방문, 경제협력추진위원회 개최, 경제 시찰단 파견, 서울~신의주 철도, 문산~개성 도로 연결 등이 담겨져 있다.특히 내달 7일부터 재개되는 경추위가 본격화되면 남북간 경협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절묘한 타협=단절됐던 남북 관계를 반년 만에 정상화 궤도에 올렸다는 점은 성과다. 경추위 재개, 경제 시찰단 파견, 철도ㆍ도로 연결 및 개성공단 조성을 위한 실무협의 가동 등은 남북 경제 교류의 확대를 불러 남북 관계를 더욱 긴밀히 구축하려는 청사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경의선과 도로 연결 외에 동해선 철도 및 도로를 조속히 연결하기로 합의한 것은 동ㆍ서부 양쪽에 군사분계선을 뚫고 지나가는 두 개의 육로 통행로가 열리게 된다는 점에서 뜻밖의 소득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같은 합의 안의 이행을 담보할 결정적인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경협관련 접촉들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필요한 군사당국자 회담에 대해서는 날짜를 못박지 않고 필요성에 대한 원론적 입장만 언급했다. 북의 체제 성격상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남북 교류의 '함정'이 될 개연성이 있다.
더구나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산가족 교환방문은 오는 28일부터 2박3일간 금강산에서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생사ㆍ주소 확인, 서신 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를 제도적으로 논의할 적십자 회담 개최가 시급한 과제로 남게 됐다. 또 북에 쌀 30만톤을 지원할 경추위와 금강산관광 활성화 회담 등 경제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회담 일정은 공개됨으로써 이들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임 특사의 방북을 통해 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경협을 비롯한 남북 교류에 나름대로 의지를 보임으로써 실리를 찾았다는 평가다. 이에 반해 북을 대화로 유인하는데 성공한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안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차기 정권에서도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북미 대화, 본격화 예고=임 특사는 "이번 회담의 최대 쟁점 사항은 '민족 공조냐, 외세 공조냐'의 양자 택일 문제였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주적론'도 남북간 의견 충돌을 유발했다"고 임 특사는 전했다.
그러나 북측의 본심은 이런 논란과는 별개로 보인다. 최근 '한반도 위기설'등과 관련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지난달 북ㆍ미 뉴욕 접촉의 연장선에서 북미 대화의 본격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임 특사는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고 한반도 에너지 개발기구(KEDO)와의 협의도 재개할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북측은 미국 잭 프리처드 대사의 방북을 수용하라는 임 특사의 권고에 대해 긍정적으로 화답해 앞으로 북미 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