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9%’ 최근 KT가 신임 사장 추천 문제로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소리소문 없이 KT의 유선전화 점유율 90%선이 붕괴됐다.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KT 유선전화 사업부문은 현재 KT가 처한 위기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02년 KT 집전화의 점유율은 무려 96.0%였다. 독점의 단맛에 젖어 있는 사이 어느새 불어 닥친 인터넷ㆍ모바일 통신혁명이 KT의 아성을 뒤흔들어 버린 것이다. KT는 12조원 남짓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유선전화 사업으로 벌어들이고 있다. 이익도 연간 조단위다. 하지만 앞으로 집전화부문이 KT의 캐시카우 역할을 계속 할 수 있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기술진보와 치열한 경쟁이 통신시장을 재편시키고 있다”며 “지난 40여년간 독점을 통해 ‘땅 집고 헤엄치듯’ 돈을 벌어온 KT에게 혁신을 통한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하느냐, 아니면 관성에 빠진 채 쇠락의 길로 가느냐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풍전등화’ 통신 1위= 통신공룡으로 불릴 정도로 대한민국 통신산업을 지배했던 KT는 복수의 유선사업자가 등장하고, 유선전화의 독주를 깨버린 모바일(이동통신) 시대가 도래하면서 성장 정체의 늪에 빠져 있다. 실제로 KT의 최근 5년간 매출은 지난 2003년 11조5,745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조9,364억원까지 12조원을 돌파하지 못했다. 영업이익도 2005년 1조6,148억원, 2006년 1조7,562억원, 지난해 1조4337억원으로 옆걸음질치고 있다. KT의 3ㆍ4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직전 분기보다는 3.8% 감소한 2조9,135억원에 그쳤다. SK텔레콤의 2조8,995억원보다 겨우 140억원 더 많다. 통신 1위기업을 내줄 때가 왔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KT의 매출구조를 보면 50% 가량이 유선전화 부문이고 다음은 초고속인터넷 20%, 무선재판매 10%, 기타 SI 등 20% 순이다. 두번째로 큰 사업인 초고속인터넷 역시 한때 50%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44%대로 줄어 들었다.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의 거센 공세 때문에 현상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런 변화를 KT가 모를리 없다. KT는 여러 고민 끝에 일단 와이브로, IPTV 등을 신수종 사업으로 정한 상태다. 문제는 이 두 사업이 기존 핵심사업 자리를 대체할 만큼 잠재력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보다 혁신적인 성장동력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백지에서 그려라= 지난 2000년초 KT(당시 한국통신)는 128K 속도의 ISDN을 인터넷 서비스로 밀었다. 인터넷 전송속도가 좀 느리면 어떠냐는 안이한 판단이었다. 반면 두루넷,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는 발빠르게 ADSL 서비스에 나섰다. 결과는 KT의 초반 참패였다. 이에 대해 초고속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공기업 한국통신이 먼저 신시장 창출을 하지 못한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최근 유선사업자들이 인터넷전화 사업을 강화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가장 강력한 잠재력(초고속인터넷 점유율 44%)을 가진 KT가 인터넷전화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이런 KT의 속성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이유로 통신업계에서는 KT가 정부의 지원에 좌우되고 있는 와이브로, 기존 케이블방송시장의 파이를 빼앗아와야(제로섬게임) 하는 IPTV와는 별도로 유무선통합시대에 걸맞는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부가서비스를 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경쟁사 고위관계자는 “만약 KT가 민간DNA를 가진 경영진이 제대로 경영혁신을 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한다면 우리에겐 무서운 결과가 될 것”이라며 “새 CEO를 맞는 KT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