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유제만 중앙연구소장 "글로벌성장 키워드는 기술수출"

골다공증치료제 5억弗 라이선싱
"치료제 발매되면 판매액 일부도 로열티 받아"


“연구개발 인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제약ㆍ벤처회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신약 후보약물을 개발, 다국적 제약사에 특허 사용권 등을 넘기는 라이센싱(기술 수출) 전략을 펴야 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후보약물을 외부에서 아웃소싱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므로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새로운 개념의 골다공증치료제 후보약물 ‘DW1350’를 개발, 지난 2일 미국 P&G제약과 5억1,100만 달러(한화 약 4,700억원)에 라이센싱하는 계약을 체결한 동화약품의 유제만(51ㆍ사진) 중앙연구소장은 글로벌 성장전략의 키워드로 ‘라이센싱’을 꼽았다. 5억 달러가 넘는 기술수출료는 110년 국내 제약 역사상 최고액으로 지난해 동화약품 당기순이익 77억원의 61배, 매출 1,528억원의 3.1배, DW1350 연구개발비 200억원의 23배나 된다. 치료제가 발매되면 추가로 판매액의 일부를 로열티로 받는다. 기술수출료는 P&G제약이 미국 등에서 환자에게 투여할 적정용량과 효능, 부작용 여부 등을 알아보는 임상 2상ㆍ3상시험과 FDA의 시판허가라는 중요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할 때마다 나눠 받는다. P&G제약이 미국ㆍ유럽 등 아시아 이외 지역에서의 특허 사용권 및 판매권을 가져가면서 거액을 주기로 한 것은 시판 중인 골다공증치료제 ‘악토넬’의 특허가 조만간 만료돼 후속제품이 필요한 데다 DW1350의 시장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 유 소장은 그 이유에 대해 “‘포사맥스’ 등 기존 약물들은 오래된 뼈 조직을 흡수하는 파골(破骨)세포의 작용을 억제하는 데 그치지만 DW1350은 전임상시험과 유럽에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1상시험에서 새로운 뼈 조직을 만드는 조골(造骨)세포의 활성도 높여 질 좋은 뼈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정상인의 경우 파골세포와 조골세포의 작용이 함께 이뤄지지만 폐경기 이후 여성처럼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 조골세포의 활성이 떨어져 뼈 조직이 엉성해져 작은 충격에도 잘 부러진다. 유 소장은 “일부 다국적 제약사도 두 가지 기능을 모두 가진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DW1350이 환자가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지금까지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선 골다공증치료제 후보약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약개발 경험이 부족하고 연구개발 인력ㆍ예산이 작은 데다 글로벌 무대에서 아직 국내 제약업계의 신인도가 낮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 동화약품이 지난 1996년부터 골다공증치료제 개발에 착수해 몇가지 후보물질을 개발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져 포기했다. 그러다가 6년 전 새롭게 개발을 시작해 거둔 결실이 DW1350이다. 유 소장은 “새로운 구조와 메커니즘을 가진 골다공증치료제를 개발하다 보니 입증해야 할 것도 많고 ‘이 정도면 다음 개발 단계로 넘어가도 될 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무척 힘들었다”며 “또 약효 등과 관련된 자료를 보여주면 매우 놀라면서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서울대 약대 박사 출신으로 지난 1981년 동화약품 연구원으로 입사해 2004년 연구소장직을 맡기까지 26년간 동화약품의 연구개발을 묵묵히 이끌고 온 장본인이다. 2001년 국내 3호 신약으로 인정받은 세계 최초의 방사선 간암치료제 '밀리칸주'를 개발했으며 항암제ㆍ항균제를 비롯해 이번에 기술수출한 골다공증치료제 개발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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