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배우 '명콤비' 흥행신화 재도전

이창동-설경구, 곽경택-유오성, 박찬욱-송강호 '크랭크인'마틴 스콜세지와 로버트 드니로, 배창호와 안성기. 이들의 공통점은 감독과 배우로 만나 영화사에 기록될 좋은 영화를 만들어낸 명콤비. 최고의 궁합커플이 만나면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낸다. 그 사실은 최근 개봉돼 좋은 성적으로 보이고 있는 '나쁜 남자'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재현이라는 무한한 가능성을 인지한 김기덕 감독의 신뢰감이 결국 조재현 원탑영화'나쁜남자'로 하여금 '빅뱅'을 만들어 낸 것이다. 최근 한국영화계 흥행성이나 작품성 등에서 이름을 날렸던 명콤비들이 다시 모여 만든 작품이 개봉을 준비하거나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많은 감독과 배우가 있지만 서로 뜻이 맞고 통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영화계 풍토라면 풍토인 현실에서 한 두 작품도 아닌 자신의 필로그라피를 장식한 주요 작품을 함께 하기란 감독과 배우 모두에게 쉽지 않은 특별한 경우다. '오아시스'의 이창동감독과 설경구, '챔피언'의 곽경택감독과 유오성, '복수는 나의 것'의 박찬욱감독과 송강호 등이 전작의 호흡을 자랑하며 또 한번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영화의 완성도와 더불어서 이드의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세 영화를 감상하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특히 박찬욱감독은 2000년 전국 583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공동경비구역 JSA'로, 곽경택감독은 지난해 전국 8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친구'로 각각 2년간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감독과 주연들이 같이 맞붙어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3월초에 개봉하는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감독과 송강호가 전작의 성공 후 좋은 작품을 고심하던 두 사람의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정통 하드보일드를 자랑하는 이 영화는 누나의 수술비를 위해 아이를 유괴하는 농아와 아이를 잃은 아버지의 피의 복수극. 송강호는 유괴된 딸이 죽은 뒤 유괴범들에게 냉혹한 복수를 시도하는 작은 공장의 사장 동진으로 나온다. 그는 이 영화를 위해 몸무게 무려 7kg나 빼며, 웃음기 하나 없는 비정한 인물로 변신중이다. '공동경비구역 JSA'에 함께 출연했던 신하균과 '고양이를 부탁해'의 호연으로 연기력을 인정 받은 배두나 등 연기파 배우들의 팀웍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 이창동감독과 설경구가 '박하사탕'이후 다신 만난 '오아시스'는 '2002년 최고의 러브스토리'라는 카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적 리얼리즘의 대가 이창동감독이 만드는 순수한 사랑이야기다. 가슴벅찬 멜로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이창동감독과 '박하사탕'에 캐스팅 되기도 전부터 이창동감독의 다음 작품에 무조건 출연하고 싶다던 설경구가 만났다. '오아시스'는 희망없이 살아가던 한 남자가 외롭게 살아가던 장애인 여자를 만나면서 진실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로, '박하사탕'때 설경구의 연인이었던 문소리가 상대역 공주역으로 분해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이창동, 설경구 콤비가 만들어갈 '오아시스'의 가슴 절절한 사랑얘기가 기대된다. 지난해 '친구'열풍을 몰고 온 주역들이 다시 뭉쳐 만드는 영화'챔피언'. 곽경택감독이 꼭한번 만들어 보고 싶었다던 김득구 선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1982년 WBA 세계라이트급 타이틀전 도중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 김득구선수역을 '친구'의 유오성이 맡았다. 유오성은 '친구'의 성공 이후 쏟아지는 출연 제의가 많았으나 망설임 없이 곽경택감독과 손을 잡으며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보여주었다. '오아시스'와 '챔피언'의 개봉은 월드컵 축구 열기가 한창일 6월 예정이다. 감독과 배우의 호흡을 자랑하는 영화로는 이들 남자들의 명콤비 말고도 남성들의 서사멜로를 다룬 '단적비연수'에 이어 '울랄라 시스터즈'로 다시 만난 박제현감독과 이미숙, '가위'에서 함께 했던 안병기감독과 하지원이 재회하는 영화'폰'등이 있다. 작품할때마다 뭉쳤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영화계에서 여러편의 영화를 감독과 배우가 함께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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