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ISBN본부(관리위원회)는 서베를린 프러시아 민족도서관 내에 있었다. 상임대표는 발라벤스(DR. Hartmut Waravens)로 그는 우리가 방문한다는 사실을 서울에서 미리 연락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ISBN의 가입과 번호배정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우리가 원하는 번호를 선택할 수 있는지 등 그 동안 궁금했던 모든 것을 물어 보았다. 그는 우리 질문에 친절하고 자상하게 답해 주었다. 그리고 대한출판문화협의회가 국가 기관인지 아닌지를 물었다.
내가 국가 기관이 아닌 출판인들의 모임이라고 대답하자 발라벤스는 몹시 기뻐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정부가 앞장서서 ISBN을 도입했지만 그 나라 출판계가 협조해주지 않아 시행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 정부 기관이 할 일을 출판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매우 감명 받았다고 말했다.
1990년 현재 ISBN 관리기구는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International ISBN Agency에서 관장해 국가별로는 각국의 National ISBN Agency에서 관장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기를 1990년 현재 ISBN에 가입한 국가는 93개국이며 출판 종수나 출판 물량이 세계적 수준인 한국의 가입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배정된 번호는 1자리 수에서 5자리 수까지 국가별 또는 언어권별로 배정했는데 한 자리 수는 6번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아시아권에서는 1981년에 일본이, 1987년에 중국이 한 자리 수를 배정 받아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나는 남은 한 자리 수 6번을 한국에 배정해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발라벤스는 영어권 발행 종수가 폭주해서 남은 6번은 영어권에 주기로 결정됐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 세자리 수 이내의 범위에서 남은 번호는 6, 89, 94, 953, 954, 959, 961, 964, 966의 9가지가 남아 있다고 했다. 나는 두 자리 수가 배정된다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출판물을 수용하는데 지장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국의 경우 해마다 출판 종수와 발행 부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두 자리 수라도 앞으로 100년간은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두 자리 수라도 작은 번호를 먼저 배정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한국이라면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ISBN본부에서 궁금했던 일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들은 우리는 독일 출판계 인사들을 만나 독일의 ISBN에 대해 알아봤다. 그리고 다음날은 ISBN의 발상지인 영국으로 향했다. 영국에서는 SBN제도를 처음 개발한 J톆hitaker과 Sons. LTD 출판사를 방문하여 매니저로 있는 안드레슨(Andresen)을 만났다.
안드레슨은 자사에서 발행한 도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SBN(표준도서번호)을 개발했는데 이 방법이 의외로 편리해서 영국 출판계 대부분이 사용하게 됐다고 했다. 그 뒤 도서시장 연구 및 도서거래 합리화에 대한 국제회의에서 서적에도 국제적인 표준도서번호 체계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고 여러 번의 회의와 논의 끝에 SBN이 채택되어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나는 ISBN의 운영에 대한 제반정보와 관리, 이 제도의 실시효과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까지 물어봤다. 그리고 ISBN제도의 실시야말로 서점과의 POS망 구축은 물론 전세계 도서의 서지정보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도 알게 됐다. 뒤이어 우리는 POS 및 BOOK TOKN(도서상품권)을 주관하는 회사에도 들려서 운영 실태와 관리방법에 관해 문의하고 귀국했다.
아시아태평양출판협회장ㆍ예림 경기식물원이사장ㆍ전(前)대한출판문화협회장
<나춘호 예림당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