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약 3년 전 ‘캐나다구스’로 시작된 국내 고가 패딩 열풍이 올 겨울에도 뜨겁습니다. 제품당 가격이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슬림한 디자인에 보온성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져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하지만 명품 패딩들을 면밀히 조사해 봤더니, 이름만 ‘구스’일뿐 실제로는 오리털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훈규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 거위털로 만든 명품 ‘구스다운’ 패딩이 인기를 끌면서 수백만원대의 수입제품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거위털이 아니라, 대부분 오리털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온성을 결정하는 솜털과 깃털의 충전비율도 명품 수입제품보다 일반 아웃도어 브랜드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인 ‘컨슈머리서치’에서 8개 명품 패딩 수입브랜드와 아웃도어 브랜드 9개 등 총 17개 브랜드 25개 제품의 충전재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고가 수입 제품 16개 가운데 거위털을 사용한 제품은 단 4개 뿐이었습니다. 300만원 내외 가격의 몽클레르와 에르노 제품의 충전재에만 거위털이 쓰이고 있었습니다.
반면 국내 명품 패딩 전성시대를 연 ‘캐나다구스’는 이름만 ‘구스’일 뿐 실제로는 오리털 충전재가 사용됐습니다. 이밖에도 파라점퍼스, CMFR, 노비스, 무스너클, 아이그너 등의 제품에도 오리털 충전재가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반 아웃도어 브랜드의 경우 조사대상인 9개 브랜드 가운데 8곳이 거위털을 충전재로 사용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 가격은 40만∼70만원대로 고가 수입 브랜드보다 저렴하지만, 오히려 충전재로는 비싼 거위털을 사용한 것입니다.
보온성을 결정하는 충전재 혼합 비율 면에서도 아웃도어 제품이 명품 브랜드보다 오히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상 솜털 비율이 높을수록 보온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데,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CMFR과 노비스만 100% 솜털을 채웠고 나머지 브랜드 제품은 솜털과 깃털을 섞어서 사용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중에는 노스페이스와 밀레의 깃털 비율이 20%로 많았고, 나머지 대부분은 깃털을 10%만 사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명품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보다 제품을 면밀히 살펴보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백진주 연구부장/ 컨슈머리서치
“단순히 유행하니까, 그리고 비싸니까 굉장히 좋은 충전재를 사용할 것이라고 무조건 믿지 마시고요. 태그를 보시면 충전재로 거위털을 쓰는지 오리털을 쓰는지, 그리고 솜털과 깃털의 비율은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충분히 정보를 얻으실 수 있거든요. 그런 정보들을 꼼꼼히 짚어보시고 합리적으로 소비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구스’라는 이름과 ‘명품’을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값싼 오리털 패딩을 고가에 판매한 수입 브랜드들의 장삿속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서울경제TV 정훈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