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직업은 물론 '가짜' 가족과 '가짜' 친구들까지 고용해 남편까지 속이며 사기 행각을 벌였던 30대 여성이 결국 구속 기소됐다.
A씨는 지난 2011년 자신이 한 대학병원 의사인 것처럼 속여 남편과 결혼했다. 결혼 과정에서 남편에게 소개한 친정 식구들과 지인 상당수는 A씨가 고용한 '가짜'들이었다. 일정한 직업도 모아둔 재산도 없던 A씨가 고급 수입차를 사고 의사 행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누이 등 주변 사람들한테 투자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 챙겼기 때문이다.
A씨는 자신이 돈 많고 유능한 의사인 줄 아는 시누이로부터 "곧 돌려주겠다"며 2,700만원을 받아 생활비로 쓴 것을 시작으로 "채권 투자를 해주겠다"며 총 33회에 걸쳐 5억2,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A씨는 자신이 다니던 학원 건물 경비원과 가정부 등에게도 같은 수법으로 수천 만원씩을 받아 냈다. 피해자가 속출하자 A씨는 어린 딸을 데리고 돌연 자취를 감췄고 남편은 그제야 A씨의 직업이나 했던 얘기들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A씨는 잠적 후에도 "육아 휴직으로 병원을 쉬고 있고 남편은 재벌가 직계가족인데 해외 출장을 떠났다"고 계속 거짓말을 하면서 주변 사람에게서 투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피해자들의 고소로 지난 3월 초와 5월 말 잇따라 불구속 기소됐지만 아이를 부양해야 하는 점 등이 참작돼 구속은 면했다. 그러나 A씨는 3월 말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겠다며 또다시 2억원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 최근 끝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안범진 부장판사)는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사건 합의금을 구하고 그동안 빚을 청산하는 한편 모자라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