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ㆍ재건축 과정에서 거액의 금품 로비를 벌인 건설업체 임직원과 조합원 등 120여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검찰청 형사부는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유관기관과 합동수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건설업체 임직원과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장 등 127명을 입건해 이중 37명을 구속하고 82명을 불구속하는 한편 8명을 지명수배했다고 3일 밝혔다. ◇재건축ㆍ재개발 과정은 뇌물잔치=검찰 수사로 드러난 재건축ㆍ재개발 과정은 ‘돈 놓고 돈 먹기’ ‘뇌물잔치’ 그 자체였다. 시공사 선정 단계부터 뿌려지는 뇌물은 최소 백억원대로, 이 돈은 분양가에 전가되고 결국 부담은 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비리 고리에는 시공사, 조합 관계자, 하도급업체, 브로커는 물론 교수ㆍ공무원ㆍ변호사ㆍ아줌마부대 등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모두 망라돼 있다. 한마디로 재건축ㆍ재개발로 한몫 챙기려는 건설사와 조합원에 각종 이권 당사자들이 가세, 수백억원의 금품이 오고 가는 비리 합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시공사로 뽑히기 위해 아줌마부대 동원, 조합원에 돈 살포=I건설이 서울 성북구 D구역 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되는 데는 아줌마부대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이 회사 정모 상무는 재개발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해 11~12월 아웃소싱(OS)요원으로 불리는 아줌마들을 관리하는 J컨설팅업체 대표 김모(여)씨를 통해 아줌마부대를 소개받았다. 이들 아줌마부대는 조합원을 밀착마크하며 I건설을 홍보하거나 경쟁업체를 깎아내리는 소문을 퍼트렸다. 이 과정에서 아줌마부대는 주민 200여명에게 10만원이 들어 있는 봉투를 매일 돌렸다. 이 업체가 이런 식으로 한달 넘게 사용한 액수만 3억여원에 달했다. K기업과 H건설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시공사 선정에 아줌마부대를 활용했다. ◇현금에 승용차까지, 조합장은 기본이고 건축심의위원인 교수도 뇌물=서대문구 D구역 재개발 조합장인 유모씨는 조합 고문과 총무이사 고문 변호사와 짜고 조합 상가를 건설업체에 반값도 안되는 가격에 넘기는 대신 뒷주머니로 100억원을 챙겼다가 적발됐다. 또 서울 양천구 도시계획위원인 S대학 김모 교수는 I건설 이사로부터 건축심의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3,200만원 상당의 승용차와 현금 1,000만원을 받았다. 이복태 대검 형사부장은 “재건축의 경우 사업시행 인가 후 시공사 선정까지, 재개발의 경우 시공사가 공동시행자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어떤 명목으로도 시공사가 조합에 금전을 포함한 유ㆍ무형의 지원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관련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