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베를린에서 최근 열린 가전전시회 'IFA 2009'에서 삼성전자가 선보인 꽃 모양의 LED TV 구조물. LED TV는 올해 불황 속 최대 히트작으로 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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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해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오히려 디지털TV, 메모리, LCD 사업에서 글로벌 1위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위기에 적극 대응해 경기 회복 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가장 먼저 조직에 메스를 댔다. 지난 1월 부품(DS)과 세트(DMC) 양대 사업부문으로 재편하고 효율화를 최대 과제로 삼았다.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 온 삼성만의 성공 DNA를 접목해 IMF 위기 이후 또 한번의 '퀀텀 점프(대도약)'를 이루기 위한 조치였다.
전체 회사는 크게 양대 부문으로 나눴지만 기존 4개 총괄을 2개의 조직으로 묶은 승부수였다. 부품과 세트 사업상 고객사와의 충돌 여지를 줄인 점은 회사를 둘로 나눈 것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라면 반도체와 LCD 등 부품, TVㆍ휴대폰ㆍ가전 등 세트 분야끼리는 하나로 묶어 마케팅과 기술 등에서 시너지 효과는 내겠다는 게 통합의 목표였다.
이와 함께 전 임원의 3분의 2를 보직 순환하고 본사 인력 상당수를 현장으로 내려보내는 인사 쇄신 또한 단행했다.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단행, 조직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현장에서 검증된 최정예 승부사들을 영업 일선에 전면 배치, 사업 경쟁력을 키웠다. 이윤우 부회장부터 서초동 사옥에서 기흥사업장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조직 풍토 쇄신도 곁들였다. 근무복장을 비즈니스 캐주얼로 자율화해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력이 쉽게 발산될 수 있게 했다. 자율출근제로 임직원들의 업무 집중도도 높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창조경영 실천에 필요한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개인의 창의와 다양성이 보다 자연스럽게 발현되게 했다"며 "열심히 일하는(Work Hard) 문화에서 효율적 업무(Work Smart)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임직원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임원들은 성과급(PS)을 자진 반납하고 직원들에 대해서는 상한선을 연봉의 50%에서 30%로 축소했다. 연월차 수당, 교통비 지급 등을 한시적으로 없애면서 비용절감과 긴장감 조성을 동시에 겨냥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사실 임금 부분은 절감폭이 크지 않지만 위기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정신력 강화 차원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이어 사업전략을 전격 수정했다. 삼성전자는 스피드와 효율 위주의 경영을 선언했다. 연간 경영계획 없이 상황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시나리오 경영'을 도입한 것이다. 이윤우 부회장은 "개발 속도는 더 빠르게, 품질은 높게, 재고는 낮게 하는 내부 효율 극대화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불필요한 투자와 무리한 판매 전략은 자취를 감췄고 신규 시장은 지속 창출했다.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반도체 신규투자 대신 수급에 따른 생산 품목에 변화를 주는 '라인 효율화'에 나섰다. 저가 시장이라고 거들떠보지 않던 중국 시장을 집중 공략해 시장점유율을 한차원 끌어올렸다.
대신 차세대 시장을 위한 연구개발(R&D)와 투자전략 마련에는 철저했다.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LCD 분야 관련, 8세대 또는 11세대 LCD 라인 투자검토를 지속하고 있으며 중국 라인 구축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개념의 LED(발광다이오드) TV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마케팅 투입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LED TV는 올해 전자업계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면서 대성공을 거뒀고, 세계 TV시장에서 금액기준 13분기 연속 1위를 견인했다. 휴대폰에서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패널로 채용한 아몰레드 폰 등을 앞세워 글로벌 빅5 가운데 가장 높은 22%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유연성과 성장 잠재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를 바닥 다지기의 해로 정하고 기본으로 돌아가 비효율ㆍ낭비 등을 제고했다"며 "차세대 기술과 신수종 사업을 적극 발굴하는 한편 글로벌 표준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