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DNA는 다르다] 윤용로 기업은행장

中企지원 강화속 수익도 꾸준 '두토끼'


기업은행은 금융위기를 맞아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 나서는 등 위기극복의 선봉에 섰다. '공(公)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완수해 "역시 기업은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같은 성과는 윤용로(사진) 행장의 사전적인 건전성 관리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윤 행장이 취임 직후 리스크 관리 및 대출제도를 체계적으로 손질하는 등 기초 체력을 다진 게 위기 때 중소기업 전문은행으로서 제역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 것이다. ● 중소기업 금융지원에 총력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한파가 국내 은행에도 미치자 시중은행들은 기업들의 돈줄을 좼다. 특히 중소기업은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면서 돈줄이 말랐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것이 기업은행이었다. 2008년 중소기업 대출을 9조9,000억원이나 늘렸던 기업은행은 윤 행장의 지휘 아래 올해 중기대출 순증 목표를 12조원으로 늘려잡았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이 활력을 되찾지 않고선 결코 우리 경제도, 기업은행도 성장할 수 없다"며 "어려울 때 건실한 중소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의 역할을 하고 우수 신규업체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지원 이외에도 대ㆍ중소기업 상생펀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중기 지원을 강화했다. 현재 기업은행은 대기업 34곳과 손잡고 이들의 협력 중소기업체 1,249곳에 올해 들어서만 4,331억원의 상생협력 대출을 해줬다. 지난해 현대자동차에 이어 올 들어서는 한국마사회, 현대중공업, 만도, LG텔레콤 등이 여유자금을 기업은행에 예치해 상생펀드를 조성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행은 저리에 협력 중소기업에 자금을 빌려줄 수 있었다. 이밖에 지난 4월 윤 행장 주재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중기대출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도 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의도였다. ● 건전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아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과감한 결정력과 뛰어난 균형감각을 바탕으로 위기를 잘 극복했다." 업계에서는 기업은행의 최근 경영성과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지원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수익도 꾸준히 내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대기업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중기대출의 비중이 전체 여신 가운데 80%를 넘으면서도 중기대출 연체율이 시중은행 사이에서도 가장 낮은 편이고 순이익도 꾸준히 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비용 부담 감소로 올 2ㆍ4분기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며 이중 기업은행 등이 타은행 대비 실적개선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는 윤 행장의 손끝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그는 행원들에게 금융위기에 대한 철저한 상황인식부터 주문했다. 윤 행장은 올 상반기 전국 영업점장 회의에서 "위기는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끝난다"며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도도 바꿨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 금융의 리딩뱅크라면 양적인 자금공급 확대는 물론 이에 따른 건전성 확보가 필수"라고 했다. 윤 행장은 취임 후 은행의 건전성 관리 방법을 효율적이고 정교하게 연구ㆍ개발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각종 대출제도를 금융위기 전에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었다. 윤 행장이 "감으로 하는 대출심사가 아닌 제도화되고 체계적인 심사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거듭 강조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전 건전성 관리에 성공한 기업은행은 금융위기에도 홀로 중기대출을 크게 늘리며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 금융 DNA를 갖고 있는 기업은행인만큼 앞으로도 중소기업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경영철학

"현장경영 만큼 중요한건 없다"
'취임 후 23번.' 윤용로 행장이 지금까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열었던 '타운 미팅'의 개최 횟수다. 윤 행장은 취임 후인 지난해 3월부터 중소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모두 17차례, 올 들어서도 6차례나 이어지고 있다. '타운미팅'은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윤 행장의 철학이 묻어나오는 부분이다. 취임식을 치른 날에도 거래 기업체를 방문했던 윤 행장은 현장을 알지 못하고서는 제대로 금융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말로만 현장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달 '타운미팅' 행사를 열어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듣고있는 것이다.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은행장이 직접 내려와 우리의 말을 들어주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게 거래 중소기업 대표들의 말이다. 특히 '타운미팅'은 최신 정보에서 소외되기 쉬운 중소도시 기업인들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소도 상공회의소나 시청 사무실 등 기업인들이 편하게 자리할 수 있는 곳으로 정해 비용도 아끼면서 은행과 기업인들 사이의 거리감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검소하면서도 실용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윤 행장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올 들어서는 '타운미팅'도 한 단계 발전돼 지역 탐방이 아닌 특정 주제를 정해 관련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금융사각 지대에 놓인 '중견기업인과의 대화'나 가정의 달을 맞아 진행된 '부부 기업인과의 대화'가 대표적으로 내용 측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윤 행장은 "중소기업인들의 현장 민심 읽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임기를 마칠 때까지 꾸준히 행사를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e is
윤용로 행장은 1955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서울 중앙고등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 영어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재무부와 재경원 시절 국세심판소와 국고국ㆍ이재국ㆍ국제금융국ㆍ금융정책국에서 일했다. 2002년 금융감독위원회로 자리를 옮겨 공보관과 감독정책2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을 거쳤다. 이후 금감위 부위원장으로 재임 중 기업은행을 맡게 됐다. 윤 행장은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파견 근무 경력이 있는 등 미국 금융시장에도 정통하다. 또 금감원 재임시절 은행 및 증권 분야 구조조정, 신용카드사 경영정상화 등의 업무를 담당해 금융분야에 해박한 식견을 가지고 있다. 당시 금융 구조조정과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무리없이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꼼꼼한 업무처리 능력에 털털하고 사교적인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의 신망이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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