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 총리 사의… 정부 비상체제로 사고 수습 진력해야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사태에 책임을 지고 27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6일 시작된 세월호 승객 구조작업은 이날까지도 제대로 진척을 보이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현재 수습된 사망자만 200명에 육박하고 실종자 역시 100명이 넘는 초대형 참사지만 정부가 초기대응에 실패한데다 이후의 구조작업에서조차 우왕좌왕해온 것은 물론 이제는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정 총리의 사의 표명은 갈수록 민심이 이반하는데다 대(對)정부 비판 여론이 악화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결심'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세월호 사태의 수습과정이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지금이 사퇴에 적절한 시점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만하다. 그럼에도 정부나 정 총리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민심 수습 카드가 절실하다는 생각을 가졌을 법하다. 정 총리 역시 이날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우선은 사고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빨리 사고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하면서도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의 사퇴와 상관없이 세월호 승객 구조작업과 선박 인양은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는 물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민간 부문까지 참여하는 범국민 차원의 비상체제가 가동돼도 좋을 것이다. 지금은 누구 탓만 하고 있을 계제가 아니다. 새정치연합의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 총리의 사퇴에 대해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라고 비판했지만 내각 총사퇴는 야당 의원들이 며칠 전부터 강력히 요구해온 사안이기도 하다.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도 요구했으나 반성과 사과라는 점에서는 야당 스스로의 책임도 크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세월호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점 가운데 상당수가 정쟁으로 인해 국회 계류 중이던 안전 관련 법안들만 제대로 통과됐어도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정 총리의 사퇴 표명으로 다시금 개각론이 떠오르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리가 누누이 지적해왔듯 개각이 단순한 국면전환용이라면 이는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 되고 만다. 사고발생과 구조과정에서 사회 전반에 걸친 시스템 실패가 목격돼온 만큼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인적 교체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정치권은 물론 정부, 민간 부문까지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 총리 사퇴가 그 계기로 작용해야 마땅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