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소비지표만 놓고 보면 소비심리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기대를 가질만하다. 할인점 매출이 여섯달만에 증가로 돌아서고, 소비자기대 및 평가지수 또한 두달째 상승곡선을 그려 기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표의 호전을 소비자 체감경기 회복으로 해석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지표가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절대수준은 여전히 낮은데다 소비자들이 지갑열기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는 바닥탈출 기대감 높여=소비자기대지수 등 지표상으로 보면 소비회복 전망은 긍정적이다. 할인점 등 현장에서 체감되는 소비동향도 그런대로 좋다. 그래서 소비심리가 나아지고 있어 조만간 바닥을 칠 것이라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집계된 소비관련 지표는 낙관론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도소매판매지수가 지난 7월(-4.2%)을 저점으로 하락폭이 꾸준히 줄고 있고, 6개월후의 경기ㆍ생활형편ㆍ소비지출 등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도 2개월째 올랐다.
현장경기의 바로미터인 할인점 매출이 다섯달간의 마이너스 행진을 멈추고 플러스로 돌아섰으며 백화점 매출의 감소폭도 크게 줄고 있다. 특히 백화점의 명품매출이 5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서고, 월평균 300만원이상 소득층의 소비자기대지수도 10월(100.3)에 이어 11월에도 100이상(101.6)을 기록, 부유층을 중심으로 지갑이 차츰 열리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내수경기는 옆걸음을 계속하고 있어 더 이상 악화될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본격적인 소비회복은 좀 더 시간 걸릴 듯=겉으로 드러난 지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소비심리 회복전망은 아직 `글쎄`다. 소비자기대지수가 94.6까지 올라왔으나 아직 기준치인 100을 밑돌고 있다. 6개월후의 경기ㆍ생활형편 등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긍정적으로 보는 것보다 많다는 얘기다. 평가지수는 더욱 부정적이다. 68.4에 불과해 100에 훨씬 못미친다.
유통업체 매출도 재고부담을 우려해 물건을 싸게라도 팔려고 하는 업계의 다양한 판촉행사 덕분에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김성환 산자부 유통서비스정보과장은 “지난달 할인점 매출증가는 일부업체의 적극적인 판촉에 힘입은 바가 크다”며 “이렇다할 판촉행사 계획이 없는 12월에는 다시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나마 유통매장을 찾는 소비자들도 지갑을 활짝 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백화점과 할인점을 찾은 구매고객수는 전년에 비해 모두 늘었으나 한 사람이 물건을 사는 구매단가는 오히려 3~6%씩 줄었다. 물건을 사더라도 싼 제품 위주로 소량만 산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불투명한 경기를 우려해 쉽사리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내수는 회복세는 더뎌 일러야 내년 2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며 소비심리도 그때나 가서야 기지개를 켤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통계청이 도시지역 2,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현재의 저축과 부채`조사에 따르면 6개월전과 비교해 현재의 저축이 증가했다는 가구비중이 11월에 12.8%로 전월(11.2%)에 비해 증가한 반면 부채가 증가했다는 가구는 26.7%로 10월(27.7%)보다 낮아졌다.
<임석훈기자, 이연선기자 sh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