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구룡마을 개발

서울시, 환지방식 도입에 강남구 "공영개발해야" 반발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정면 충돌했다.

당초 토지 수용ㆍ사용을 통한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던 서울시가 토지주의 요구를 수용해 민영개발방식인 일부 환지방식을 추가하자 인허가권자인 강남구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20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추진 중에 있는 구룡마을 개발사업을 공영개발 방식에서 일부 환지방식을 추가해 민영개발로 추진하려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 구청장은 "구룡마을 정비계획은 무허가 판자촌 정비와 현지 영세 거주민의 재정착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공영개발이 바람직하다"면서 "토지주들의 민원이 있다고 해서 환지방식을 받아들인 것은 당초 개발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서울시가 변경된 계획을 최초 발표안대로 환원하지 않을 경우 환지 인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개포동 567 일대 구룡마을은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무허가 판자촌이다. 시급한개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개발 방식을 두고 시ㆍ구ㆍ토지주 간 갈등 때문에 사업이 미뤄지다 2011년 4월 시가 공영개발 방식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당시 결정된 방식은 SH공사가 개발구역 내 모든 토지를 보상해주고 수용한 뒤 사용하는 공영개발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인 지난해 6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환지방식이 추가되는 것으로 수정됐다. 환지방식은 토지주들에게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 아닌 개발구역 내 토지로 돌려주는 보상방식이다.

시는 토지보상계획과 이주대책 마련 등을 거쳐 내년 말 착공해 2016년까지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다.

서울시가 개발방식을 수정한 것은 부채감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지방식은 현금이 아닌 토지로 보상해주기 때문에 SH공사의 초기 부담금을 4,000억원가량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도시개발구역 지정안을 통과시킬 때까지만 해도 개발이익 사유화와 거주민 조기정착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민영개발에 부정적이었던 서울시가 부채 감축 때문에 공영개발 원칙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도계위의 결정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당시 강남구와도 합의를 거친 부분이기 때문에 재검토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세부사항은 협의체를 열어 조율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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