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정책 집행과 효율적인 임대주택 관리를 위해 추진 중인 주택청(가칭) 신설방안을 놓고 수석부처인 재정경제부와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가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은 ‘8ㆍ31부동산종합대책’ 발표 이후에도 공급 부분의 정책주도권을 놓고 지속적으로 신경전을 벌여왔다.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2일 “건교부가 주택청을 새로 만들려고 하는 것으로 안다”며 별도조직 신설방안을 확인한 뒤 “하지만 (건교부)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경부의 다른 관계자도 “(주택청 신설방안에 대해) 아직 건교부에서 구체적인 협의가 들어온 적이 없다”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양측이 이처럼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주택청이 새로 만들어질 경우 저소득ㆍ무주택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ㆍ관리 등 주거복지정책을 총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중산ㆍ서민층의 주거안정을 모토로 한 8ㆍ31대책의 골간으로 주택청 신설의 주도권을 어디에서 쥐느냐에 따라 상당 기간 동안 부동산정책의 헤게모니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양측의 힘겨루기는 주택청 신설문제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다.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 공급대책을 얘기할 때마다 건교부가 상당히 불편해하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0월 재경부 고위당국자가 “수도권에 300만평 규모의 ‘한국형 베벌리힐스’를 조성한다”고 밝힌 데 대해 건교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고, 최근 김석동 차관보의 “300만평 규모의 택지 조성” 발언에 대해 ‘항의’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주택청을 별도로 설립하더라도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날 “주택청을 신설하더라도 현재의 주택정책 방향이 공영개발 확대에 있는 만큼 주공은 임대주택 관리를 담당해야 하며 토공은 토지를 계속 비축해야 한다”며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두 조직이 더욱 커가는 양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택청이 임대주택 공급ㆍ관리 등 주거복지 부분을 담당하는 별도의 미니 외청 형식으로 신설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