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골프] 홍성관 대추밭한의원 원장

누구나 초보골퍼시절에는 황당하고 웃음이 나오는 에피소드가 한두 건 정도는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경기도 안성에서 병원근무를 했으며 그 시절에 골프를 처음 대했다. 안성은 `골프 8학군`이 아닌가. 지리적 조건도 좋겠다 시간 여유 있겠다 병원 동료들도 골프를 좋아해서 팀 되겠다 열심히만 하면 1년 안에 90 깨고 2년 안에 싱글은 문제없겠다 싶었다. 다만 염려되는 건 원래 `몸치`인지라 학교 다닐 때부터 체육시간을 제일 싫어했다는 것이었는데 연습장에 가보니 60대 분들이나 복부비만이 장난이 아닌 분들도 싱글 수준이라니까 위안이 되고 자신감도 생겼다. 키 183㎝ 몸무게 85㎏으로 “자네처럼 젊고 체격 조건만 된다면 타이거 우즈가 안 부럽겠구먼” 하는 애기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속은 타 들어만 갔다. 연습장 3개월 개근에 책이며 비디오 사서 보고 골프방송 다 보고 동료들과 토론도 하며 그 동안 살면서 운동에 이만큼 시간적, 금전적 투자를 해본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머리 올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날 때까지만 해도 여느 사람들처럼 `치고 달리는` 라운드를 이어가며 무난한 초보 단계를 밟고 있었다. `사고`는 두어 달 후 일어났다. 8년 전 어느날 중앙CC에서의 일이었다. 동반자들의 바람 잡기에 넘어가 가벼운 내기를 걸고 경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그날 따라 볼이 도무지 뜨지를 않아 정말이지 클럽을 부러뜨리고 싶은 마음이 12번도 더 들었다. 화는 화를 부른다고 7번홀에서는 `대형사고`까지 낼뻔했다. 티샷을 80야드 정도 보낸 다음 세컨 샷은 50야드, 3번째 샷은 카트 맞고 OB, 앞으로 걸어 나가서 친 5번째 샷도 OB, 7번째 샷은 캐디를 거의 맞힐 뻔했던 것이다. 놀란 캐디는 화 대신에 “아, 정말 내가 치는 게 낫겠네” 하고 나지막이 중얼거렸고 내 얼굴에서는 핏기가 사라졌다. 그날 망신을 당했지만 스윙이 망가진 이유 중 하나가 `폼` 때문에 스틸 샤프트 클럽을 선택했던 데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소득도 있었다. 또 한가지, 이런저런 불평 없이 그냥 즐거운 마음으로 칠 때 골프도 잘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이규진기자 sky@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