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 '미인도' 첫 외출

7월 2일부터 DDP서 전시
겸재 정선 '풍악내산총람' 등
간송 주요 소장품 44점 공개


6·25 전쟁통에도 살아남은 서울 성북동 보화각이 2008년에 '무너질 뻔' 한 적이 있다. 보화각은 문화 독립운동을 펼치며 일제로부터 우리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 전형필이 1938년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으로, 간송 타계 이후 1966년부터 간송미술관이라 불리고 있다. 보화각 설립 70주년이던 그 해 가을 '미인도'를 비롯한 혜원 신윤복의 화첩과, 단원 김홍도의 수작이 대거 전시됐는데, 당시 이들을 주인공으로 문근영·박신양이 주연한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인기로 전시에까지 큰 관심이 쏠렸다. 개관 첫날만 2만 명의 관객이 다녀가는 바람에 인근 대로변을 빙빙 돌아 수백m 줄이 늘어섰고 낡은 건물이 삐걱거리며 붕괴 우려가 제기됐을 정도다. 미술관 측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으나, 이를 계기로 우리 전통미술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이후로도 매년 2번씩 보름 정도 열리는 간송미술관 정기전은 '3시간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 됐다.

그랬던 혜원의 '미인도'가 처음으로 외출한다. 탐스럽게 얹은 가체 아래로 가늘고 긴 눈, 앵두같은 붉은 입술, 묵직한 노리개를 만지작 거리는 가녀린 손을 가진, 소매통이 팔뚝에 붙고 젖가슴이 드러날 정도로 짤막한 저고리와 한껏 부풀어 오른 열두폭 큰 치마를 입고서 새하얀 외씨버선을 살짝 내밀어 얌전한 척 하면서도 여성의 관능미를 한껏 드러낸 그녀. 신윤복이 "화가의 가슴속에 만 가지 봄기운 일어나니/ 붓끝은 능히 만물의 초상화를 그려내준다"는 제화시를 곁들인 '미인도'를 현대적인 건물에서 좀 덜 기다리고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7월 2일부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내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리는 '간송문화'전 2부 '보화각'전에서 '미인도'를 비롯한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앞서 열린 1부 전시가 간송의 다양한 문화재 수집 일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명품' 위주다. 백인산 간송미술관 연구실장은 "작품만 봐도 한국 미술사를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시대별로 가장 중요한 작품을 골랐다"고 소개했다.

이번 전시에는 '미인도'와 겸재 정선의 '압구정'과 '풍악내산총람', 단원 김홍도가 한가로운 봄 풍경을 그린 '황묘농접', 5만원권 지폐 뒷면에 실린 탄은 이정의 '풍죽' 등 44점의 간송 소장품이 새로 공개된다. 1부 전시에서 소개됐던 주요 작품까지 포함하면 국보가 12점, 보물이 8점, 모두 114점이다. 이번 전시는 9월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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