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의 부채는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올해 국가채무는 36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사상 최대폭인 57조7,00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35.6%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정건전성을 보는 잣대인 관리대상수지는 지난 2007년 3조6,000억원 흑자에서 올해 51조원 적자로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관리대상수지는 당초 오는 2012년이면 균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3~4년 늦은 2015년 이후는 돼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당연시되고 있다. 문제는 내년도 국가채무가 얼마나 될지 여부다. 당장 올해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일회성 확장재정이라는 핑계를 들이댈 수 있지만 정부의 확장재정이 한번 늘리면 쉽게 줄이기 어려운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세수부족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면서 내년도 국가채무가 400조원으로 늘어나 그에 따른 이자만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정부 각 부처는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달라며 298조5,000억원을 요구했다. 큰 폭의 예산조정이 이뤄지기 힘들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년처럼 일부 지역구 의원들을 위한 선심성 예산이 포함된다는 점을 가정하면 300조원대의 예산안 편성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내년 국세 세입은 올해와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내년 국세는 올해 추경 164조원과 비슷하거나 약간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세 수입은 그대로인데 내년도 지출 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 결과는 뻔하다. 대규모 세수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이를 메울 수 있는 방법은 정부가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하는 길밖에 없다. 정부가 내년도 국채이자 요구액을 올해보다 3조8,000억원 늘려 잡은 것은 이 같은 적자국채 확대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내년 국채 발행 규모만 3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불어나는 정부 채무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 정부는 “경기회복의 가시화 정도에 맞춰 (출구전략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위기 이후를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당장 내년에 긴축 재정기조로 돌아선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국가채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송호신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채무 규모 자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다른 나라와 비교해 크게 문제될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경제위기 지속으로 당분간 세계잉여금 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정부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국가채무를 관리할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나라 빚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규모도 중요하지만 채무 관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정부는 재정확대의 실효성을 대대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