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해군 안전불감증 또 사고 불렀다

해군 76㎜ 함포 오작동 사고 재발
수병 1명 위독… 지휘관 책임 논란
국산 무기 성능 논란 이어질수도

평택항 귀항을 앞두고 함포 오발로 수병 1명 중태 사고가 발생한 황도현함.

어이없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이번에도 윤영하급 유도탄고속함(PKG)의 76㎜ 주포가 문제를 일으켰다. 해군은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수병 1명 중태라는 인명피해가 발생한데다 예방조치를 취한 지 불과 3개월도 안돼 사고가 재발한 탓이다.

사고 함정은 윤영하급 유도탄고속정의 제4번함인 '황도현함'. 윤영하급 제3번함인 '조천형함'의 주포가 지난해 10월4일 북한 경비정과의 교전상황에서 사격 불능에 빠지는 충격을 던져준 이래 동급 함정의 함포에 대한 전수조사와 검증을 마친 게 엊그제인데 오작동 사고가 또 터진 것이다.

황도현함의 사고는 평택항 귀항 도중 일어났다. 지난 21일 서해 태안 앞바다 울도 근해에서 76㎜ 함포사격을 위해 포탄을 장전하던 중 오작동으로 사격훈련을 취소하고 평택항으로 복귀하던 중 함포탄 1발이 해상으로 발사됐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유도탄 고속함의 포탄 장전통에서 장전장치 오작동으로 포탄이 발사되지 않았다"면서 "전원을 차단하고 포탄을 빼내려 했지만 나오지 않아 전원을 껐다가 유압장치로 빼내려고 다시 전원을 연결한 순간 발사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 마침 함수에 있던 오모(21) 일병이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 오 일병은 수원 아주대병원에 긴급 후송돼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큰 의문점은 주포 발사를 위한 전원이 들어온 상황에서 수병들이 왜 함수에 위치해 있었는가 여부다. 병사들의 안전을 위한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았다면 지휘 책임까지 물어야 할 사안이다.

해군의 76㎜ 함포에서 연달아 사고가 터진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오작동이 발생한 76㎜ 함포는 이탈리아에서 제작돼 초계함에서 사용하던 중고품을 국내 업체에서 성능을 개량한 제품. 중고라고 하지만 주요 부품을 교체해 포신을 제외하고는 신품이나 마찬가지다. 무려 11척의 윤영하급 미사일 고속함에 이와 동일한 함포가 장착돼 있다. 윤영하급의 제3번함과 제4번함의 함포가 연달아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다른 함정의 주포는 온전한가 라는 의문이 나온다. 국산 무기 성능 논란도 예상된다.

윤영하급의 76㎜ 주포의 원형은 이탈리아 오토메라라사가 1964년 개발한 콤팩트 버전. 분당 82발 사격이 가능하다. 이란에서 불법 복제한 이 함포를 북한 해군도 최근 운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제작사인 오토메라라는 이 함포를 더욱 개량, 분당 150발의 발사속도에 항공기와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개량판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오래된 외국산 무기를 모방 생산한 제품을 '국산 명품'으로 포장해 과대 선전하는 동안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그나마 운용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이번 사고가 함축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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