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의 신뢰도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우리경제가 규모는 커졌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소개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2년 경쟁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신뢰도와 노사관계가 나란히 47위로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신뢰와 후진적인 노사관계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하위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여겨진다.
특히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기업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국내 기업의 성장에 심각한 장애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개선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우선 기업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 기업가치를 올리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흔히 국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궁극적으로는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낮은 신뢰도는 외국인투자 유치와 합작투자 및 전략적 제휴 등 글로벌 경쟁시대에 불가피한 국제적 협력과 비즈니스를 추진하는데도 장애요인이 된다. 또한 기업의 신뢰도가 낮으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시장개척은 물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고부가가치 제품 창출도 어렵게 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에 드는 수출대국이면서도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일류 브랜드가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낮은 신뢰도와 무관치 않다.
외환위기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특히 경영 투명성 제고와 공정 경쟁 및 지배구조개선에 대한 노력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기업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회계 투명성을 비롯한 신뢰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혈연 지연등에 의한 연고주의가 강하게 남아있을 뿐 아니라 후진적인 비즈니스 관행과 기업부패가 만연하고 있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아울러 기업 스스로도 시장으로부터의 신뢰는 기업 성장과 기업가치 향상에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최근 싹트고 있는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자구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투자자와 소비자를 포함한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기업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또 국제적인 경쟁에서도 뒤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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