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세월' 재벌2세 많다

방황·외로움 못이겨 마약·알코올 중독까지 재벌 2세들은 과연 행복할까. 월마트의 상속녀이자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여성인 엘리스 월튼은 현재 텍사스의 한 농장에서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는 월마트의 창업자인 아버지 샘 월튼으로부터 물려받은 천문학적 돈으로 투자회사를 설립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세 번이나 자동차 사고를 당했으며 다리 하나를 잃을 뻔하기도 했다. 또 지난 98년에는 음주운전 문제로 곤욕을 치뤘다. 그녀는 음주 운전 후 사고를 낸 뒤 경찰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 내 이름을 봐 "라고 소리치면서 소란을 펴 언론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이후 그녀는 2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들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이야기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가족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재벌 2세들이 알코올중독이나 마약에 빠지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일에 빠져버린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관심을 끌거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탈선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휴렛-패커드 창립자의 2세인 월터 휴렛은 재벌 2세가 겪을 수 있는 또 다른 고통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는 아버지가 세운 회사를 지키기 위해 최근 컴팩과의 합병에 강력히 반대했으나, 경영도 모르는 재벌 2세가 나선다는 세상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적지 않은 고통을 받았다. 재벌 2세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자기정체성을 찾지 못한다는 것. 실제 사람들은 그들을 '누구의 아들 혹은 딸'로 평가한다. 자기 자신은 없는 것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93년 사망한 도리스 듀크. 그녀는 담배 재벌이었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12억달러의 돈이 자신의 행복을 빼앗아 갔다고 죽기 전 고백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갖고 있는 돈을 좋아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 속에서 평생을 살았다고 밝혔다. 실제 이 같은 문제로 엘리스 월튼은 두 번씩이나 이혼했다. 이와 함께 일에 몰두하면서 가정에 소홀해지는 아버지에 대한 불만도 이들을 불행의 길로 이끄는 요인이다. 심리치료학자인 윌리엄 팔리는 "재벌 2세들이 아버지가 자기와 함께 하지 않는 데 따른 외로움을 달래거나 아버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마약ㆍ폭음ㆍ난폭 운전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지금은 아버지에 이어 플레이보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크리스티 헤프너 역시 어릴 적 이 같은 문제로 자신의 성을 바꿨었다. 이와 함께 아버지들이 자신보다 더 큰 성공을 기대하는 것도 이들에게는 부담이다. 보스턴 대학의 폴 쉐르비시는 대부분 아버지들이 2세가 자신보다 더 성공하기를 강요한다면서 이 같은 강요가 이들을 좌절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이들은 아버지 보다 더 낳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좌절, 마약 등에 손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생 자체가 보통사람과 다를 수 밖에 없는 이들이 어린시절 다른 사람보다 더 쉽게 좌절할 수 있다면서, 부자 아버지를 둔 게 행복한 것 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아무리 많은 돈을 벌더라도 이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음으로써, 2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의지를 키워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리=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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