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까르푸가 이랜드그룹으로 넘어갔다.
당초 롯데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 가격협상과 임차점포 해결, 고용승계 등 세부 조건을 둘러싼 추가 협상에서 이견이 노출돼 이랜드로 전격 변경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랜드는 이번 까르푸 인수를 계기로 유통시장의 새 강자로 등장하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판도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할인점 시장만 국한해서 볼 때에는 애초 인수 가능성이 높았던 할인점 1-3위 신세계 이마트, 테스코(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롯데마트 가운데 한곳이 인수했을 경우보다는 판도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견상 업계 4위인 까르푸가 새롭게 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이랜드로 바뀔뿐이어서 이른바 4강 구도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 '10년 못버틴 까르푸' =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월마트'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까르푸'가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까르푸는 유통분야의 세계적 강자다.
세계 2위의 유통강자인 까르푸가 한국 땅에 발을 들여놓은 시점은 1996년 7월로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에 3천500평 규모의 매장을 1호점으로 열고 당시로서는 최다인 1만7천여가지 상품을 확보한 채 의욕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국내 업체들을 아연 긴장시켰다.
까르푸는 그후 지속적으로 점포를 늘리면서 지금껏 32개의 매장을 확보하기는했으나 매장 구색이나 서비스 등 여러 면에서 한국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매장 분위기와 서비스 경쟁에서 신세계 이마트 등 국내 '토종' 할인점들에 밀린 것이다. 영국 테스코의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현지화 전략으로 한국시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것과 대비된다.
이에 따라 까르푸는 결국 2004년말부터 매각설에 휘말리게 됐고 실제로 그 시기를 전후해 롯데뿐아니라 현대백화점 등과의 '빅 딜' 문제로 업계의 조명을 받아오다가 올해들어 '한국시장 전면 철수'라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까르푸는 1조원 안팎의 투자금액보다 훨씬 많은 1조7천500억원이라는 거액의 매각대금을 챙김으로써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 할인점시장 변화 올까 = 당초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가 딜을 성사시켰다면 할인점 업계의 상당한 판도 변화가 예상됐었다.
그 경우 롯데마트는 점포수가 43개에서 75개 안팎으로 늘어나고 매출 규모도 작년 기준으로 3조3천억원에서 5조3천억원 가량으로 뛰어오르기 때문에 만년 '넘버3'에서 단숨에 2위로 올라 1위 자리를 노릴 수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될 수 있어서였다.
업계 1, 2위인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경계했던 대목도 그것이었고, 그 점에서 서로 물밑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까르푸의 새 주인은 '복병' 이랜드로 낙착돼 그같은 예상은 빗나가게 됐다.
신세계는 당장 까르푸와 이랜드의 전격적인 계약 성사 사실에 놀라운 표정을 보이면서도 '할인점 시장에서의 이마트 1강(强)' 구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안도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는 사실 우선협상대상자에 자사가 포함됐음에도 까르푸의 몸값 올리기 등유리한 매각 '작전' 시도에 반감을 표시하면서 인수 추진을 사실상 접었었고, 대신롯데 인수 등 변화를 초래할 상황을 막고 '현상 유지'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라는속내를 가져왔다.
홈플러스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자사가 인수를 못한다면 롯데로 넘어가는 것만큼은 반갑지 않다는 계산아래 움직여왔기 때문에 이번 결과에 대해 무덤덤한 표정이다.
하지만 까르푸 인수를 통해 경쟁력 제고의 획기적 디딤돌을 놓으려던 롯데는 다소 씁쓸한 분위기다.
다만 롯데로서도 그간 할인점 시장과 무관했던 이랜드가 가져가게 된 데 대해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인수 가격 적정한가 = 그동안 업계 소식통들의 전언을 통해 알려진 인수희망가격은 롯데가 1조8천억원 안팎이었고, 이랜드 등 다른 경쟁업체는 1조7천억원 선이었다.
까르푸는 그런 시장의 구도와 업체들간 역관계를 이용해 철저한 '몸값 보호' 전략과 '비밀주의'를 통해 목표한 상당부분을 얻어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랜드의 1조7천500억원 '베팅'은 향후 적지않은 부담으로 돌아올 수있다는 전망이 많다.
업계는 그동안 까르푸의 부동산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1조2천억원 이상을 넘겨 인수할 경우 '짐' 내지는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후하게 보더라도 1조5천억원을 넘긴다면 투자금액을 환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수십년 걸릴 것이라는 관측까지 있어왔다.
따라서 이랜드의 인수가액은 그러한 평가를 뛰어넘는 거금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랜드는 "무리한 수준이 아니며 매장 새 단장 비용은 1천500억-2천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향후 까르푸 점포를 뉴코아아울렛과 킴스클럽이 섞인 것과 같은 새 형태의 할인점으로 특화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