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우투증권 인수] 자본력·영업망 추종 불허 … IB·자산관리 시장 절대강자 부상

카드·생보·은행 연계한 복합점포 구축 가능성
인수비용 지나치게 많아 시너지보다 부담 분석도

NH농협증권(왼쪽)과 우리투자증권 본점 모습. 양사의 합병이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서울경제DB

우리투자증권이 NH농협금융지주의 품에 안기면서 국내 최초로 4조원대의 대형 증권사가 탄생했다. 우리투자증권의 강점인 IB 부문과 NH농협의 지점망을 활용한 자산관리(WM)사업이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여 증권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하면 단숨에 증권업계 자기자본 순위 1위로 올라선다. 지난 9월 말 기준 NH농협증권의 자기자본은 8,800억원으로 우리투자증권의 3조4,600억원이 더해지면 4조3,400억원으로 껑충 뛴다. 이렇게 되면 자기자본 규모에서 그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대우증권(3조9,700억원)을 3,700억원가량 앞서며 그 뒤를 이어 삼성증권(3조4,500억원)·한국투자증권(3조700억원)·현대증권(2조9,500억원) 순으로 업계가 재편된다.

자기자본 4조원대 증권사가 탄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올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형 IB 면허를 받은 상위 5개 업체는 기업신용공여 등을 포함한 새로운 IB 업무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등으로 인해 활용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많지 않다.

자기자본이 커질수록 새로운 업무영역을 개척하기 쉬우며 투자업의 특성상 자본력 강화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이런 점에서 자기자본 3조원대와 4조원대는 실제 업무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당장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대규모 자기자본을 토대로 국내 IB 사업 부문에서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투자증권은 주식연계채권(ELB) 1위, 기업공개(IPO) 주관 및 인수실적 각 1위, 유상증자 인수·모집주선 실적 1위, 인수합병(M&A) 재무자문 실적 1위에 올라 있는 명실상부한 국내 IB 부문 최우수 증권사다.

여기에 NH농협증권이 구조화 금융과 신재생에너지, SOC 투자 등 수익성 높은 IB 사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양사 간 시너지를 발휘할 경우 경쟁사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IB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자기자본 4조원대 증권사가 생긴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우리투자증권이 전통적으로 IB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NH농협 역시 거대한 지점망을 보유해 관련 분야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의 전국적인 지점망을 활용할 경우 자산관리(WM) 사업 부문의 시너지도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투자증권이 총 106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농협은 전국적으로 2,000여개의 지점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방대한 지점망을 활용한다면 WM 사업 부문의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은행·카드·생보·손보·캐피털 등과 증권에서의 토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복합금융점포를 예상해볼 수도 있다. 한편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양사 간 시너지보다 부담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조원대의 인수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에 포함돼 있는 우리자산운용의 수익규모가 7억원에도 못 미치고 나머지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 역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떠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양사가 PEF 등 채권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중복된 업무가 많아 대규모 구조조정도 필수적으로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NH농협지주의 우리투자증권 인수는 증권 하나만을 바라보고 나머지 부실 계열사들을 억지로 인수한 게 문제"라며 "우리투자증권 외의 계열사들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지, 추가적인 자금지원은 해야 되는지 등의 판단이 인수 이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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