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은행이 1분기 GDP성장률을 예상보다 낮은 3.7%로 발표하자 민간 연구기관과 국책 연구기관은 뚜렷하게 상반된 시각을 보여줬다. 삼성경제연구소ㆍLG경제연구원 등 민간 측은 우리나라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하고 있으며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이미 시기를 놓쳤다고 분석한 반면 KDIㆍ한국금융연구원 등 국책연구소는 이미 예상됐던 실적이며 1분기 바닥을 찍은 경기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양쪽 모두 정부가 호언장담하는 4%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긴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우리 경제가 내수둔화의 영향으로 경기하강압력을 받고 있다다. 성장률이 작년 4분기의 6.8%에서 3.7%로 크게 하락했고 전기대비로도 0.4% 감소해 2000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성장세가 가증 큰 폭으로 꺾였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는 1년 여간의 짧은 확장기를 마감하고 또 다른 침체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부문 간에 나타나는 불균형은 더 큰 문제다. 기업투자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반면 지난해 3분기에 조정을 겪던 건설투자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 부동산 과열에 대한 부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은 경기하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연말 가까이 가야 회복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경제외적요인이 엄청나게 나빠졌다. 2분기에도 전년동기보다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3분기에도 좋아질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 사스는 2분기 수출증가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7월 카드대란설 때문에 금융시장의 위축세도 이어질 것이다. 지난 1분기에 카드사들이 여신을 15조원 가량 줄이면서 소비는 더욱 위축됐고 소비가 안되면서 서비스업은 완전히 침체했다. 제조업은 재고부담으로 아예 공장문을 닫고 있다. 당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4% 내외로 예상했지만 이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번 콜금리를 인하한 것은 2분기에 성장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내린 결정으로 이해된다. 정부가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나섰지만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심상달 KDI 선임연구위원=예상했던 대로 나왔다. 정부가 추가적으로 정책기조를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본다. 1분기 경제가 내려갔고 2분기는 1분기보다 나빠지진 않을 것이다. 금리만으로는 경기대책이 이뤄질 수는 없지만 지난 번 금리인하는 금융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 금리를 내렸기 때문에 투자ㆍ소비심리가 더 위축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재정정책만 집행하는 것보다 금리정책을 병행하는 것이 경기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선 바람직하다. 단 올해 4.2% 성장을 예상했지만 사스 등 악재가 돌출하고 서비스활동이 위축되면서 4%내외로 전망이 하향조정될 것으로 본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실질GDI가 –2.0%로 내려앉은 것은 이라크전쟁, 북한 핵문제 등으로 소비 및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3월 들어 분식회계, 카드채 등 대내외 악재가 1분기에 집중됐던 점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다.
2분기도 낙관적이진 않아 보인다. 북핵문제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고 사스로 수출둔화도 불가피하다. 과도한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급증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경제성장률은 1분기보다 소폭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하반기엔 상반기에 집중됐던 악재가 해소되면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사스 영향이 해소되면서 수출 및 설비투자도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