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말로 예정된 조직개편에서 2년 전에 무선사업부로 통합했던 PC 사업(옛 IT 솔루션사업부)을 다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해외시장 철수라는 내부방침에 따라 오는 2017년까지 데스크톱과 노트북 PC의 출하량을 대폭 줄이고, 태블릿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삼성전자가 사실상 PC 사업에서 철수를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17일 삼성전자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정보기술·모바일(IM)과 소비자가전(CE), 부품(DS) 등 3개 사업의 부문별 경영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PC 사업 재편방침을 정하고 다음 달 중순 열리는 하반기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서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아프리카와 유럽 지역에서 노트북 PC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는 등 PC 사업을 축소해 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PC 시장의 급격한 축소와 가격경쟁으로 실적이 부진하다"며 "최고경영진들이 해외시장 철수와 출하량 대폭 감축, 태블릿 사업으로의 인력 재배치라는 방침을 정하고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서 이를 확정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장 PC 사업의 예산과 인력을 지난 8월 신설된 태블릿그룹으로 재조정하는 동시에 내년도 PC 생산량을 올해 절반 수준인 350만대, 생산 제품군도 40여 종으로 대폭 축소할 계획이다. 대신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태블릿 시장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PC 사업 철수에 나서는 이유는 PC 부문이 깊은 침체기에 빠져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성장을 할 만큼 천덕꾸러기가 됐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데스크톱과 노트북 생산량은 2012년 1,500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1,350만대로 줄었고, 올해는 700만대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본다. 내년에 글로벌 톱 3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는커녕 사업 철수를 검토할 만큼의 위기인 상황이다. PC 사업 부진으로 세계 모니터 시장에서 7년간 지켜온 시장점유율 1위 자리 역시 지난해에 미국 PC 제조사인 델에 내주기도 했다.
삼성은 PC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태블릿의 크기를 키우고 스펙을 높여 반격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태블릿을 울트라 노트북의 크기인 12~13인치까지 확대하는 대형화 전략을 통해 시장 1위인 애플을 따라잡고 선두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침체기에 빠진 PC 시장에서 삼성전자만 예외일 수는 없고, 결국 소니처럼 철수할 것으로 본다"며 "태블릿 사업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전략은 PC 사업 축소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하는 고육지책인 셈"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