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라며 지금까지 진행해온 담배회사를 대상으로 한 진료비 청구소송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이 흡연과 암 발생의 인과관계를 부인했지만 앞선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판결에서 원고 중 폐암 환자 4명에 대해 "흡연과 암의 개별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한 부분은 이번 판결에서 다뤄지지 않아 여전히 유효하다. 건보공단은 여기에 대규모 진료 데이터를 더해 흡연과 암의 인과성을 입증할 계획이다. 또 담배회사의 제조·판매 과정에서의 불법성도 밝혀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건보공단 법무지원실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개인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긴 전례가 없으므로 이번 판결도 기대하지 않았다"며 "다만 외국에서도 주 정부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는 담배사로부터 합의금을 받아냈듯 공단이 진행하는 소송은 또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11일 소송 대리인 모집이 마감되면 곧바로 평가를 거쳐 법무법인 한 곳을 선임한 후 14일에 법원에 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소송규모와 대상은 대리인 선임 이후 확정되지만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앞서 제시했던 범위(537억~2,302억원)의 최소치인 537억원으로 잠정 결정됐다. 지난 2001~2010년 폐암·후두암 환자 가운데 한국인 암예방연구(KCPS) 코호트 자료에 포함되고 흡연기간이 30년 이상인 환자 3,484명의 치료비(공단 부담금)다. 일단 소송액을 보수적으로 잡아 승소 가능성을 높이면서 단계적으로 규모를 키워가겠다는 의도다.
소송 대상은 국내에서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회사 가운데 매출규모 등을 고려해 KT&G와 필립모리스 등 3~4곳이다.
담배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건보공단의 담배 소송은 이득이 없는 시도라는 점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공단의 소송도 개인의 소송과 마찬가지로 법리적으로 입증할 내용이 같은 만큼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고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한 소송에 뛰어들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