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쿠데타 이후 군부 주도로 구성된 태국 과도 의회가 잉락 친나왓 전 총리를 쌀 수매 정책과 관련한 업무 방기 혐의로 23일 탄핵했다.
태국 국가입법회의(NLA)는 이날 재적 의원 220명 가운데 찬성 190표, 반대 18표, 기권·무효 12표의 압도적 표차로 잉락 전 총리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태국 정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이자 지난 2011년부터 2년 9개월 동안 국가 수장을 지낸 잉락 전 총리는 지난해 5월 고위 공직자 인사와 관련한 권력 남용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임된 데 이어, 이번 탄핵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5년 동안 정치활동이 금지됐다.
탄핵 사유가 된 건 잉락 전 총리가 농가 소득 보전 명목으로 재임 기간 실시한 고가의 쌀 수매 정책으로 의회는 시장 가격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가격에 쌀을 사들임으로써 5조원 가량의 재정 손실을 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잉락 전 총리를 부정부패·업무 방기 등의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다.
친나왓 자매는 이번에 문제가 된 쌀 수매 등 친서민 정책으로 저소득 계층으로 이뤄진 이른바 ‘친탁신계’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고, 이는 엘리트 출신으로 구성된 민주당 및 국가 주요 권력 기관을 차지하고 있는 기득권 세력에 최대 걸림돌이 돼 왔다. 이 때문에 잉락 전 총리에 대한 이번 탄핵 및 기소는 친나왓 자매 및 친탁신 진영을 와해시키기 위함이라는 게 대체적 해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명 이상의 공공 집회를 금지시킨 계엄령이 아직도 유효한 상황에서 친탁신 인사들이 소단위로 모여 시위를 계속해가고 있다”며 “잉락 지지자들이 점점 대담해 지면서 정국 불안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