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아트밸리, 현대미술 메카로 뜬다

관광객 늘고 접근성도 편해 미술계 최적 입지조건 평가
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맞춰 화랑 신규 개관ㆍ이전 이어져

11월12일 개관을 앞두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옛 보안사령부 자리에 들어서는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관의 개관(11월12일)을 앞두고 인근에 화랑들이 몰려들어 북촌이 한국을 대표하는 아트밸리로 부상하고 있다.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물길을 따라 형성된 가회동, 안국동, 계동, 재동, 삼청동을 아우른다. 사대부 집권 세력의 거주지로 옛 모습을 간직한 한옥들이 많은데다 최근 들어 화랑들이 몰려들면서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곳으로 변했다. 조선시대 역관, 의관 등 전문적인 중인이 살던 경복궁 서쪽 인왕산 사이의 서촌과 대조를 이뤘던 곳이다. 서촌에는 특히 조선시대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근대엔 화가 이중섭 이상범, 시인 윤동주, 이상 등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다.

북촌 아트밸리는 사간동을 중심으로 가회동과 삼청동으로 연결되며 발전하고 있다.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문화를 향유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사간동으로 고!(Go!)=MMCA 서울관 개관을 계기로 사간동 일대가 대한민국 현대 미술의 메카로 자리잡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사간동에 둥지를 트는 화랑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한남동에 있던 갤러리스케이프가 사간동으로 옮겨 재개관했다. 원래 종로구 가회동에 터를 잡았던 이 갤러리는 2010년 한남동으로 갔다가 사간동 일대가 아트밸리로 뜨자 유턴한 것. 이 갤러리 심소미 큐레이터는 "사간동은 접근성이 편한 데다 내외국인 관광객들로 유동인구가 많아 미술계에서 최상의 입지 조건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PKM갤러리가 강남구 청담동에서 사간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2월에는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가회동에 들어섰다. 수유동 갤러리자작나무는 사간동에 분관을 세웠다.

지방에서 이전한 미술관도 눈에 띤다. 지난해 광주시립미술관이 지역 작가의 중앙미술무대 진출을 위해 사간동에 '갤러리 GMA'를 개관, 다양한 전시를 열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몰려든 크리스티 한국지사, 에프앤아트갤러리, 공근혜갤러리 등을 합하면 북촌 아트밸리에만 줄잡아 100곳이 넘는 미술관, 갤러리가 성업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에 맞춰 대형 전시도 봇물=MMCA를 비롯해 사간동 일대 갤러리들이 11월 전후로 다양한 전시를 대거 선보인다. 우선 MMCA 서울관은 '연결-전개(Connecting-Unfolding)''미술관의 탄생: 장기건립 기록전', 융합(알레프 프로젝트)을 주제로 한 '특별기획전'과 '소장품전' 등을 연다. 대표 전시인 '연결-전개'전은 뉴욕 리처드 플루드, 영국 리버풀 이숙경 등 협력 큐레이터들이 추천한 작품들로 구성돼 전통과 현대, 일상과 예술의 교차를 통해 현대 미술의 허브를 지향하는 서울관의 방향성을 상징한다. 사간동과 강남 신사동 두 곳에서 갤러리를 운영 중인 갤러리현대는 올해부터 사간동을 중심으로 주요 전시를 열기로 했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미술 거래에 관심이 많은 컬렉터 중심의 전시는 강남에서, 사간동 본관에선 갤러리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전시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리현대는 세계적인 현대 작가 나티 유타릿을 포함해 중동이나 미주 지역 작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국제갤러리는 인도 출신의 바티 커를 포함해 브라질 출신의 카를리투 카르발료사, 뉴욕서 활동하는 아론 영 등 현대 작가들을 잇따라 소개한다. 금호미술관은 독특한 필묵 기법을 통해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여 온 김호득 초대전 '겹'(10월11~11월3일)을 마련하는 한편 12월 13일부터는 국립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와 공동 기획한 젊은 작가전인 '프로포즈7'(가제)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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