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란 무엇

앞으로 중.고교에서는 그동안 익숙했던 객관식 또는 단답형 주관식 문항에 의한 평가가 아닌 '수행평가'가 일반화된다. 遂行평가(performance evaluation)란 지필식 선택형 검사가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 또는 과제에 대한 학생의 학습준비도, 과제해결 정도, 참여도, 성취도 등을 종합평가하는 방식. 창의력, 문제 해결능력 등 고등 정신기능을 잴 수 있는 방법이지만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객관성, 공정성을 따지는 우리 교육풍토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수행평가는 간단한 서술형 검사에서 포트폴리오(작품집) 심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 학생 나름의 생각이나 주장을 창의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구성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논술형 검사도 있다. '어떤 시장에서 한 기업이 우세하게 되는 요인에 대해 논하라'는 것이 그 예. 주어진 주제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는 능력을 평가할 수도 있다. 실기시험에서도 예컨데 농구공을 10번 '자유투'하게 한 뒤 골인시킨 공의 수를 세는 것이 아니라 농구시합을 몇차례 실시, 실제 경기운영 능력을 평가하는 것과 특정 과제에 대해 학생들에게 팀별 또는 개인별 실험.실습을 시키고 관찰과정과 그 결과를 제출한 연구보고서를 뜯어보는 것도 이 평가방식에 포함된다. 포트폴리오를 평가하는 방식은 미술.음악 등 예체능계 뿐 아니라 시.소설, 교과과제물, 연구보고서, 실험.실습보고서 등에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수행평가는 단편적 영역에 대한 일회성 평가가 아닌 변화.발달과정을 단계별로 종합 평가하는 수단인 셈이다. 수행평가가 자리잡기 위한 전제는 역시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 교사는 사전예고제에 따라 과목별.단원별 평가목표와 내용, 수준, 방법을 학생들에게 예고해야 하며 채점 후에도 학생들에게 평가결과 등을 공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IMF체제 극복방안' 등 특정 주제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라는 과제를 준 뒤 미리 '자료조사 과정 몇점, 논술문 내용 및 구성 몇점, 미비점 지적 후 재작성 결과 몇점' 등을 고지하고 이를 종합, 학생을 평가할 수 있게된다. 특정 교과목의 경우에도 새 단원에 들어가기 전 학습준비도를 평가하는 진단평가, 매시간 수업내용 이해 정도를 파악하는 형성평가, 단원이 끝난 뒤 학업성취수준을 측정하는 총괄평가 등이 모두 수행평가의 일환이다. 따라서 교사로서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모든 학생의 활동 또는 교육과정을 상시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등 '일거리'가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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