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인사들이 올해 안으로 양적완화 축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미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비둘기파 인사마저 이 같은 발언에 가세하면서 연준이 오는 9월 또는 10월 출구전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6일(현지시간) 연준 내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워싱턴DC 강연에서 "미 경제의 펀더멘털이 개선되며 양적완화 축소시기가 머지않았다"고 밝혔다. 기존의 양적완화 지지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그는 "성장률이 올 하반기에 2.5%로 높아지고 내년에는 3%를 넘을 것"이라며 "연준이 올해 말 이전에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6월 무역적자 규모는 342억달러로 지난 2009년 10월 이후 최소치를 기록했고 6월 구인공고 규모도 394만명으로 2008년 5월 이래 최대치를 보이는 등 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는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마켓뉴스인터내셜(MNI)과의 인터뷰에서 "양적완화 축소는 올해 남은 세 차례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가운데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FOMC 정례회의는 9월과 10월ㆍ12월로 예정돼 있다. 이 세 차례의 FOMC 가운데 회의 후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은 9월과 12월에 행해진다. 버냉키 의장이 기자회견 때 정책전환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9월에 출구전략 시점을 결정,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은 즉각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0.60% 떨어진 1만5,518.74로 거래를 마쳤다. 또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과 금 가격이 각각 1.2%, 1.5% 하락하는 등 원자재시장도 요동쳤다.
매파로 분류되는 리처드 피셔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미 5일 "실업률을 고려할 때 양적완화 축소시점이 더 가까워졌다"며 지난주 FOMC 회의에서 "다른 위원들에게 이번 가을에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9월 양적완화 규모의 감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시장의 기대 섞인 분석도 만만찮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26명 가운데 20명은 앞으로 10개월 동안 연준이 양적완화 조치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이나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7월 경제활동 참여율이 63.4%로 전달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2000년의 67%에는 크게 못 미치고 실업률 하락도 구직 포기자가 늘어난 탓"이라며 "낮은 물가수준까지 고려하면 연준의 양적완화 조치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AP 역시 "7월 신규 일자리는 16만2,000개로 올해 월평균 19만2,000개에 못 미쳤고 그나마 새로 생긴 일자리의 상당수가 저임금이나 시간제"라고 보도했다.
연준 인사들도 즉각적인 양적완화 축소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에번스 총재는 "7월 고용지표는 나쁘지 않지만 아주 좋지도 않다"며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려면 더 강력한 경기회복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7일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연설에 쏠리고 있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이들 인사마저 양적완화 축소에 가세할 경우 시장은 연준의 출구전략이 임박했다고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