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상원이 통신·방송개혁 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세계 최대 부자인 카를로스 슬림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멕시코 상원은 이날 17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표결을 실시해 찬성 85, 반대 12로 통신과 방송 시장 독점 해소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오는 8일 하원 통과에 이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재가가 확실시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 법안은 멕시코 방송 및 통신 산업 간 경쟁을 촉발해 통신재벌인 슬림 왕국의 독점구도를 허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슬림이 보유한 아메리카모빌은 멕시코 이동통신 사용자의 70%, 텔레비사는 방송시장의 66%를 장악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슬림은 지난해까지 4년간 세계 1위 부자 자리를 유지하다 올해도 빌 게이츠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슬림의 산업 독과점은 경쟁부재와 비싼 요금, 새로운 투자 지연 등의 부작용을 불러 멕시코 경제의 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인 연간 250억달러에 이른다는 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새 법안은 슬림 소유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각종 규제조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선 독점사업자로 지정된 아메리카모빌과 텔레비사는 정부 승인 없이는 소비자 마케팅 활동도 할 수 없도록 했다. 만약 법을 위반하면 멕시코 내 매출의 최대 10%를 벌금으로 부과하고 법 위반이 재발할 경우 최대 20%를 내도록 했다.
또 아메리카모빌은 앞으로 경쟁사들과 자사의 네트워크를 공유해야 하며 통화 수수료도 부과할 수 없게 된다. 또 모든 통신사들은 장거리 국내통화 요금을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텔레비사는 광고주가 누구든 모든 광고료율을 공개하고 앞으로 신규 선정될 두 곳의 신규 지상파 방송에 자사 네트워크를 개방해야 한다. 케이블 사업자는 무료로 방송 콘텐츠를 재전송하고 위성방송 사업자는 50% 이상 재전송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