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리콜사태 책임 싸고 창업주-전문경영인 '네탓공방'

도요다 사장 "전임 최고경영자는 자회사나 맡는게…"
와타나베 부회장 "우리를 비난해 지배권 정당화하나"

도요다 사장

와타나베 부회장

"전임 최고경영자(와타나베 가쓰아키 현 부회장)는 이제 도요타에서 물러나 자회사를 맡는 게 좋겠다."(도요다 아키오 사장) "도요다 사장은 우리를 비난함으로써 족벌주의의 수혜자라는 비난여론을 피하고 자신의 지배권을 정당화하려는 것인가?" (와타나베 부회장의 최측근) 사상 초유의 리콜사태를 겪은 도요타자동차가 창업주 가문과 전문경영인 진영 간에 위기의 책임을놓고 치고받기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도요타 창립이래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내부 갈등마저 불거져 마치 몸은 넝쿨에 얽히고 발은 늪에 빠진 형국이다. 도요타의 내홍은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현 사장이 지난 1월 대규모 리콜사태가 발생하자 전임 사장인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현 부회장에게 책임을 물어 사퇴를 촉구했지만 거부당한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면서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WSJ은 "창업주 일가와 전문경영인들 사이의 잠재된 갈등이 이번 리콜사태를 계기로 표면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진영간의 갈등은 회사 경영전략의 선택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전 회장으로 대표되는 도요타 전문경영진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해외생산 증대와 비용절감 등을 통한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반면 창업주 측은 이러한 수익 극대화 전략이 도요타의 상징인 품질을 저하시켜 이번 리콜사태를 초래한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도요다 사장은 지난달 중국에서 리콜사태에 대한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모든 책임은 결국 나에게 있다"면서도 전문경영진을 겨냥해 "일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면서 수익창출에만 지나치게 집착했다"고 질타했다. 전문경영진 측은 이 같은 힐난에 대해 "우리가 도요타를 세계 최고의 자동차회사로 키울 때는 이 전략을 전혀 반대하지 않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고 발끈하며 "이번 위기는 품질문제가 아니라 미숙한 경영과 대외관계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경영진은 급기야 "도요다 사장은 글로벌 기업을 경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감정적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도요타가 내분에 휩싸인 근저에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차이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쿠다 전 회장은 "창업주 가문이 불과 2% 미만의 주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 경영은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여타 전문경영진도 이 같은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요타가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한 지난 1995 ~ 2009년에 자동차업계 최고의 영역이익률을 거두고 결국 제너럴모터스(GM)까지 제치며 세계 최대(판매량 기준)의 자동차회사로 부상한 자부심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도요타 전문가인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경제학과 교수는 "도요타의 내분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은 도요타 특유의 '가이젠'(개선) 문화와 관련이 매우 깊다"며 하지만 "도요타 내부에서 특정인물의 이름을 언급하며 공개적인 비난을 가하는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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