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전세계가 식량 때문에… 섬뜩
미국 56년만에 최악 가뭄… 지구촌 애그플레이션 경보상품거래시장 옥수수·콩값 연일 사상 최고치식료품 가격 상승 이어 연료비까지 끌어올려러시아·우크라이나 이상 기후에 쌀·밀도 불안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유럽 재정위기와 신흥국 경기 침체로 비틀거리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애그플레이션(식류품 값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가뜩이나 이란과 시리아 등 중동 정세 악화로 원유 값이 슬금슬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식료품마저 물가를 밀어올릴 경우 유동성을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
마켓워치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미국 상품거래시장에서 옥수수와 콩값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9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은 이날 시카고거래소에서 부셸(25.4㎏)당 8.08달러에 거래돼 사상 처음으로 8달러선을 돌파했으며 콩 선물 역시 부셸당 17.115달러로 최고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옥수수 값이 오는 8월 중 9달러선을 넘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美 56년 만에 최악 가뭄=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는 지구촌 온난화에 따라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올해 지난 1956년 이후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 옥수수와 콩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농업국이다. 미 농무부는 지난 18일 아칸소ㆍ조지아ㆍ인디애나ㆍ뉴멕시코 등 29개주(州) 1,297곳의 카운티를 재해구역으로 지정했다.
단위면적당 생산효율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에이커(4,046㎡) 당 166부셸로 예상됐던 옥수수 수확량은 최근 146부셸로 급감했으며 콩 역시 같은 기간 에이커당 43.9부셸에서 40.5부셸로 예상 생산량이 줄었다. 옥수수의 경우 껍질을 까보면 낱알 3알 중 2알은 불량 판정을 받을 정도다.
더 큰 문제는 농산물값 상승이 식료품 가격은 물론 연료 비용까지 덩달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옥수수는 소ㆍ돼지ㆍ닭 등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는 것은 물론 에탄올의 핵심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에탄올을 만드는데 전체 옥수수 생산량의 40%인 연평균 50억부셸가량이 투입된다. 하지만 옥수수 값이 급등하면서 발레로에너지사는 6월 말 인디애나와 네브래스카주의 에탄올 정제소를 폐쇄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미국의 에탄올 생산량은 하루 평균 3,379만갤런으로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에탄올 생산량을 앞으로 더 줄여 옥수수 값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 환경 당국은 에탄올 의무 사용량을 정해두고 있어 당장 감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쌀값도 불안=그나마 안정세를 보이던 쌀과 밀의 가격도 서서히 불안정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9월 인도분 밀 선물은 이날 부셸당 9.35달러에 마감해 지난 5주간 50%가 넘는 폭발적 상승세를 보였다. 유럽에서도 매수 주문이 몰리면서 프랑스 파리거래시장에서 밀값은 장 중 톤당 271.5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밀값은 미국은 물론 주요 곡창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도 이상 기후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는 2010년 밀 수출을 금지해 가격 폭등을 이끌었던 바 있다. 올해 러시아의 밀 수출량은 1,600만톤으로 전년 2,100만톤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하락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쌀값도 잠재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우기를 맞은 인도의 강우량이 평균치보다 22%나 줄어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쌀 생산국이며 세계 쌀 거래시장의 25%를 차지하는 나라다.
국제쌀연구소(IRRI)의 사마렌두 모한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2011년 7월~2012년 6월) 1억430만톤이었던 세계 쌀 생산량이 올해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9월 인도분 쌀 선물은 이날 1% 오른 100파운드당 15.685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