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車 수익구조 비상

과도한 마케팅비용, 부품업체 취약등 부담'팔면 팔수록 손해다.' 르노삼성자동차가 공격 마케팅으로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막상 수익구조 개선이라는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반기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의 매출은 1,789억원이지만 판매 비용이 1,892억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들어 월 판매대수 7,000대를 넘어서며 중형차 시장 점유율을 28.4%로 끌어올렸지만 사실상 수익을 전혀 올리지 못하는 셈이다. 르노삼성차의 판매실적이 비용에도 못 미치는 것은 ▲시장 진입을 위한 불가피한 마케팅 비용 ▲부품 협력업체 확보의 어려움에 따른 높은 생산 원가 ▲구형 모델로 인한 수출 애로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삼성차는 최근 SM5 택시에 50만원 상당의 정비권을 제공하는 등 택시업계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지만 르노삼성의 이 같은 마케팅이 '제 발등 찍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여서 시장 인지도를 높이려는 르노삼성차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출혈 경쟁을 부추기는 마케팅 활동은 장기적으로 르노삼성에도 손해"라고 비판했다. 르노삼성차가 수익성을 개선하기 힘든 요인에는 국내에 협력업체 기반이 약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차부품업체의 속성상 월 판매대수가 고작 7,000대에 불과한 르노삼성차의 협력업체로 찍혀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눈총을 살 강심장은 많지 않다. 특히 르노의 생산기지인 대구ㆍ부산 지역 부품업체들은 아직도 삼성차 시절 부도위기에 내몰렸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르노삼성차는 현재 부품 국산화율이 70% 이상이라고 주장하지만 협력업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대부분의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하는 수준이다. 조립부품을 제외하면 실제 국산화율이 30%대에 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2년 출시 예정인 준중형 모델 SM3는 SM5보다 국내에서 공급받는 부품 비중이 높지만 여전히 핵심 엔진 등은 일본으로부터 수입한다. 국내 경쟁차종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구조다. 르노삼성측은 오는 2002년 준중형 모델인 SM3가 출시되면 생산 규모가 늘어 원가 절감을 이룰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SM5와 SM3은 플랫폼이 달라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수출에 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SM5는 올해 3만6,451대를 판매했지만 수출실적은 130대에 그쳤다. 이는 르노삼성차가 설립 당시 제시했던 '수출 30% 이상'의 최소 조건인 1만1,000대의 1%를 갓넘는 정도다. 알다시피 SM5는 일본 닛산의 맥시마 모델. 출시 당시인 지난 80년대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20년이 흐른 현재 자동차 주력시장에 내놓기에는 이미 구형 모델이 됐기 때문이다. 최원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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