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구자원 회장 집행유예] 이라크 프로젝트·신사업 등 정상화 길 열려

건강악화로 당장 복귀 어려워
총수 부재 리스크는 여전


11일 서울고법이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승연(사진) 한화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되자 한화그룹은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재 김 회장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경영에 복귀하기가 어려울 듯 보여 총수 부재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한화에는 여전히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이날 김 회장 판결에 대해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이번 판결에 따라 한화그룹이 정상궤도로 들어갈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법정 구속 된 지 3년 6개월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한화그룹은 총수 부재 속에서 이라크 프로젝트 추가 수주, 신사업 추진 등에서 고전을 겪어왔다. 해외 현장을 누비며 다녔던 김 회장의 부재는 한화그룹의 경영 시계를 사실상 제로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국 기업 특성상 오너가 추진하고 오너가 결정하는 것이 주요하다"며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며 오너 부재를 메우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한화그룹은 올해 투자계획을 확정 짓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김 회장의 법정 공방은 무려 3년 6개월여로 그간 한화는 총수 부재라는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태양광 사업 외에는 최근 3년여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투자 계획도 확정 짓지 못한 상태이고 2014년 정기 임원인사도 단행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오고 있다.

이번 판결로 한화는 일단 그룹이 정상궤도로 들어갈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총수 부재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 회장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당장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경우 우울증 등 병세가 호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 이렇다 보니 한화는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총수 부재 리스크 최소화라는 과제를 여전히 안게 됐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한화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총수 부재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계 총수 재판의 경우 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가 신속히 처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판결이 앞으로 예정된 재계 총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오는 14일에는 횡령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현(54) CJ그룹 회장의 1심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고 최태원(54) SK㈜ 회장의 대법원 상고심도 이달 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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