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2조 넘게 '사자'… 기관, 폭락증시 버팀목 역할

6개월간 '팔자' 유지하다 대형주 중심 저점 매수
외국인 이탈 공백 메워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 이른바 'G2 리스크'에 북한의 포격 도발까지 잇따른 대내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기관투자가들이 이달 들어 2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이며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순매도행진을 이어오던 국내 기관들이 전자와 자동차 등 낙폭 과대한 대형주를 중심으로 저점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1,286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이 월간 기준으로 순매수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 2월(5,275억원)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기관은 3월 2조8,448억원 매도 우위를 시작으로 지난 5개월간 줄곧 순매도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또 다른 큰 손인 외국인이 5월부터 순매도세로 돌아선 후 이달 들어 점차 매도 규모를 키워나가자 기관이 증시의 새로운 수급 주체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달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조6,000억원 넘게 팔아치우고 있는 동안 기관이 2조원 넘게 사들이며 수급 공백을 메우고 있다. 특히 기관은 11일 코스피지수 2,000선이 무너지자 다음날인 12일부터 8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국내 증시의 추가적인 폭락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해오고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로 발생한 수급 공백을 기관계 자금의 매수세 유입으로 메워주면서 추가 하락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 자금을 운용하는 투신권은 이달 들어 8,000억원 가까이 사들이며 기관의 순매수 행진을 이끌고 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진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잇따르자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순유입됐다. 코스피 약세가 이어진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사흘을 빼고 모두 자금이 순유입됐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펀드 환매 물량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지금이 바닥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상승장에 베팅하면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운용업계 역시 지금의 하락장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고 있다.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잇따른 대내외 악재 속에 중국 증시까지 폭락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이 패닉성 투매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환율이 수출 대기업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는 등 그동안 중소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대형 수출주를 중심으로 저점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기관의 본격적인 순매수세가 시작된 12일부터 이날까지의 기관 순매수 상위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005930)(2,316억원)와 기아차(000270)(1,822억원), 현대차(005380)(1,649억원) 등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 수출주들이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이 현 주가 수준을 그동안 낙폭이 컸던 대형주를 싸게 매수할 수 있는 시점으로 판단하고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기 시작하면서 추가 급락을 막는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연기금도 최근 8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6,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국내 증시의 백기사로 나서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