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정보기술(IT) 업계에 몰아치고 있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에 굴복했다. MS가 자사 지분을 보유한 헤지펀드 밸류액트에 사상 처음으로 이사회 의석을 내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MS는 최근 메이슨 모핏 밸류액트 대표에게 내년 1ㆍ4분기부터 이사회 의석을 제공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MS는 대신 밸류액트가 보유한 MS 지분 비중을 5% 이내로 유지하고 경영활동 간섭을 자제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앞서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의 퇴임 발표에 이어 MS가 이 같은 협약을 체결한 것은 IT업계에 대한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거센 공격을 반영하는 동시에 MS의 경영권 방어 노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발머 CEO가 지난주 퇴임은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밸류액트가 그의 갑작스런 퇴임을 밀어붙였다고 보고 있다. 발머가 7월 들어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자신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자마자 퇴임의사를 밝힌데다 최근 제프리 어번 밸류액트 창업자가 MS의 실적부진을 이유로 경영진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노무라증권의 릭 셔런드 분석가는 "밸류액트의 관심사는 주주 이익뿐 아니라 경영권에까지 뻗쳐 있다"며 "발머의 퇴임발표 후에도 밸류액트는 자사주 매입 및 주주배당 확대를 비롯해 경영참여 문제를 놓고 MS를 압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WSJ·FT는 MS가 오는 10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번 협약을 맺으면서 밸류액트가 주주를 선동해 분란을 일으킬 소지를 잠재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밸류엑트가 이사직 확보에 만족하지 않고 MS를 이끌 차기 CEO 선정작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전망했다.
지난 4월 MS 지분 0.8%(약 22억달러)를 매입하며 MS의 15대 주주로 올라선 밸류액트는 월가의 대표적 행동주의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기업 지분의 상당량(5% 전후)을 사들여 경영전략,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적극 압박해 단기 성과 극대화를 꾀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최근 소니의 엔터테인먼트 분사를 요구한 서드포인트나 2006년 KT&G의 경영권을 노리고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한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대표적이다. 아이칸이 모토로라 대주주로서 모토로라를 구글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한 경우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가 마리사 메이어를 야후 CEO로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최근에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IT업계 영향력도 커지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