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으로 소득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계층 간 이동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모양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과 2006년 35.4%였던 빈곤탈출률이 2008~2009년에는 31.3%로 낮아졌다. 소득 최하위계층 10명 중 7~8명은 4년이 지나도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하위계층으로 떨어진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저소득층→중산층→고소득층이라는 계층 간 이동통로가 꽉 막힌 셈이다.
계층고착화의 원인은 최상위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계층에서 경험하는 소득감소와 부채증가에 있다. 최상위층이야 여유자금을 굴리면서 재산을 늘릴 기회를 찾겠지만 서민들은 불황으로 소득이 줄어드는데다 집을 사기 위해 빌렸던 대출이자까지 감당해야 하니 돈을 모을 정신적ㆍ물리적 여유가 있을 턱이 없다. 직장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한다 해도 폐업으로 내몰리기 일쑤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 설문에서 응답자 10명 중 3명이 적금이나 보험을 해약한 경험이 있고 거의 대부분(98.1%)이 중산층이나 고소득자로 올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대답한 것은 서민의 고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계층 간 고착화의 원인이 소득에 있다면 해법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단순히 저소득층에게 지원금을 퍼붓는다면 불균형 해소는커녕 재정악화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는 줄어드는데 정부 지원으로 소비만 늘렸다가 전세계를 불황의 늪에 빠지게 한 남유럽 국가들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기업들의 투자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독일과 프랑스ㆍ스웨덴이 고용확대로 잠재성장률을 높여 국민소득 4만달러에 올라섰다. 새 정부의 경제팀은 좋은 일자리야말로 최선의 복지라는 생각을 갖고 서민들이 중산층과 고소득층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책 사다리를 마련하기 바란다.